[서울광장] 일자리 품질관리도 중요하다/함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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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1-03 00:50
입력 2009-01-03 00:00
새해가 밝았다.희망이 넘쳐야 하지만 사회 분위기는 암울하기만 하다.올 상반기 우리 경제가 더욱 침체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경기침체는 곧바로 고용위기로 이어진다.감원과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면서 정부는 고용위기 타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열심히 일하는 정부를 나무랄 생각은 없지만 일자리 늘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비정규직과 저임금근로자를 양산하는 일자리 정책의 방향성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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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 논설위원
함혜리 논설위원
정부는 비정규직 사용 제한기간을 2년에서 3∼4년으로 연장하도록 비정규직보호법의 개정을 추진 중이다.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 시한 2년이 되는 올 7월 이후에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사태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비정규직 사용 제한기간을 늘리면 당장에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그러나 이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비정규직 사용제한 기간을 계획대로 늘린다 해도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지면 기업은 비정규직부터 해고할 것이기 때문이다.2년이냐,4년이냐는 사용자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비정규직이 정규직 되는 길은 더욱 요원해질 뿐이다.정부는 또 공기업 구조조정을 하면서 정규직 수를 줄이는 대신 기간제 인턴자리를 늘리겠다고 밝혔다.일시적인 일자리 창출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궁극적인 대안은 아니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에 비해 회사 차원의 투자가 적기 때문에 인적자본 형성과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반면 정규직에 비해 임금비용이 적고 고용보장이나 사회보장에 대한 부담이 적다.해고하기도 쉽다.사용자들 입장에서는 비정규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그러나 노동시장의 건전성 측면에서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경제협력개발기구(OE CD)도 지난 연말 내놓은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의 비정규직 근로자 급증세를 크게 우려했다.우리나라 임시직 근로자의 비중은 2001년 17%에서 2008년 8월 33.8%로 높아졌다.OECD는 비정규직의 급속한 증가가 성장과 형평에 모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비정규직의 대부분은 일을 하면서도 가난한 근로빈곤층이다.때문에 비정규직이 많은 사회일수록 상대적 빈곤율이 높고,이는 사회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노동복지 향상을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건전성이 중요하다.일자리 창출과 지키기도 중요하지만 품질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그러려면 현재의 노동제도가 지닌 결함부터 고쳐야 한다.가장 시급하게 시정해야 할 것은 비정규직보호법이다.비정규직보호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이 법은 비정규직 퇴출을 조장하고,전체 고용을 감소시키는 모순을 안고 있다.어떻게 뜯어고쳐도 법 정신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면 이런 법은 차라리 없애는 게 나을지 모른다.그게 오히려 비정규직을 더 보호하는 것일 수 있다.다른 제도적 장치로 비정규직을 보호하면 된다.정규직과의 임금 차이를 줄이고,사회안전망에 대한 차별을 최대한 줄이는 등의 제도를 병행하면 된다.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시도가 늘 지옥을 만들어낸다.”철학자 칼 포퍼가 한 말이다.좋은 목표와 명분을 갖고 시작한 일자리 정책이 노동자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지 않으려면 좀 더 길게 보면서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9-01-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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