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칼자루’ 정부 손에
수정 2008-12-24 00:36
입력 2008-12-24 00:00
부실 조선·건설업 처리 어떻게
일단 이날 발표한 내용은 외견상으로 기존 방침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외견상으로는 채권단 중심의 시장친화적인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내용이다.채권은행이 기업들의 부실을 평가해 A·B·C·D 4등급으로 나눈 뒤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B등급과 부실 징후가 있는 C등급에는 자금을 지원해주되 자구노력을 요구하고,D등급인 부실기업에는 자금 지원을 끊겠다는 것이다.이는 그동안 금융당국에서 여러 차례 확인해왔던 방식이다.
기존 방식을 그대로 원용하는 것은 외환 위기 때처럼 기업들이 한꺼번에 휘청대는 상황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야 큰 칼(퇴출) 하나 차고 나가서 시원하게 휘두르면 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지금은 각 업종·기업별로 일일이 위험도를 따져서 구조조정의 강도를 퇴출로까지 확대할지,아니면 이 보다는 약한 단계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의 수단을 사용할지 고심해가면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길고 지루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당국은 그러면서도 금감원에 설치하는 ‘신용위험평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사실상 구조조정 과정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김 원장도 “주채권은행이 상시 평가를 통해 기업의 위험도를 어느 정도 평가하고 있지만 구조조정을 실시하기에는 미흡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산업별 전망까지 포함해 어느 정도 기준이 나오면 거기에 따라 다시 평가하겠다.”고 못박았다.또 “이제까지는 구조조정이라고 볼 수 없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뭔가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할 상황”이라고도 했다.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다.금감원 관계자는 “기존 채권은행의 평가는 각 은행별로 기준이 제각각”이라면서 “TF에서 통일적인 기준을 마련하면 좀 더 체계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내년부터는 은행들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공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다는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렸다.금융당국은 지금 추진 중인 20조원 규모의 은행권 자본확충펀드를 투입하면 자기자본비율을 안정권인 12%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하이브리드채권의 자기자본 비율 인정 범위를 기본자본의 15%에서 30%로 두 배나 끌어올렸다.이를 통해 은행의 자본확충 여력은 9조 4000억원에서 24조 4000억원으로 15조원 늘어나고 은행이 한도까지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할 경우 평균 자기자본 비율이 12.82%로,기본자본(Tier1)은 10.31%로 각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채권은 주로 은행권 자본확충펀드가 사들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금감원의 이런 조치는 사실상 ‘자기자본 비율 걱정은 잊고 구조조정에만 전념하라.’는 신호인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금감원의 방침이 어느 정도 효율적일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단적으로 금감원은 부실기업과 채권금융기관들 사이에서 최종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할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 위원장을 상근직으로 앉히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공석이다.금융업계에서는 자칫하면 금감원의 얼굴마담으로 전락할 판인데 왜 가느냐는 말이 나온다.금감원이 내용과 달리 ‘민간 주도 구조조정’을 강조하다 보니 생긴 역풍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08-12-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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