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모펀드로 기업인수 자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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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12-19 00:56
입력 2008-12-19 00:00
대기업이 설립한 사모펀드(PEF)에 대한 규제가 대거 풀리면서 이를 통한 기업 인수 작업이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또 일반지주회사가 비금융회사와 금융회사를 동시에 소유할 수 있게 돼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재벌 PEF에 쳐져 있던 빗장이 사라지면서 재벌의 경제력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일반지주회사의 금산분리 원칙이 허물어지면서 금융사가 대기업의 사금고가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활발한 구조조정 위해 PEF 빗장 풀어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인 대기업 계열사가 설립한 PEF에 대해 금융·보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5년간 제한없이 행사토록 하겠다고 밝혔다.현행 공정거래법은 PEF를 비롯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의 계열사는 모두 금융·보험 자회사에 대해 보유지분 규모와 상관없이 의결권을 15%로 제한하고 있다.

공정위는 또 일반지주회사 소속 PEF도 지주사 관련 규제 대상에서 모두 제외하기로 했다.이에 따라 지주사 내 PEF는 기업을 인수할 때 상장사는 20%,비상장사는 40% 이상 가져야 하는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대기업 집단 소속 회사의 PEF 운영이 훨씬 용이해진 셈이다.다만 금산분리 원칙을 감안,계열사 내 금융·보험사에 대한 출자는 제한하기로 했다.

이는 대기업들이 풍부한 여유자금을 활용,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기업들을 더욱 활발히 인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실물경제의 위기 상황에서 인수·합병(M&A)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면 업계의 구조조정 역시 탄력을 받게 되고,알짜배기 기업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다.올해 9월 말 기준으로 10대 기업집단이 보유한 현금성 여유자산은 43조원에 이른다.

이동훈 공정위 사무처장은 “내년 경기악화가 심화되면 매물로 나오는 기업들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규제 완화가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일반지주회사가 은행을 제외한 금융 자회사를 두는 것이 허용된다.금융지주회사가 제조업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도록 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상정된 이상,일반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 SK,CJ그룹 등은 금융 계열사를 팔지 않아도 되고 두산과 한화 등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도 쉬워질 전망이다.

●“금융고객 돈으로 대기업 지배력 강화”

재계는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전국경제인연합회 박규현 기업정책팀장은 “PEF 규제 완화는 재계에서 계속 바라던 사안이고,공정위가 과거에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 문제를 엄격하게 봤지만 이제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한국경제연구원 이태규 연구위원도 “기업이 PEF 규제 등에 따라 합리적인 의사 결정에 차질을 빚는다면 당연히 규제를 없애는 게 맞다.”면서 “경제위기 상황을 지나면 산업계나 기업계에서 어떤 식으로든 지각변동이 있을 테고,그때 이번 조치에 따라 시장의 역동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경제개혁연대 김상조(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소장은 “금융계열사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비금융계열사를 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결국 금융고객의 돈으로 대기업의 지배력만 높이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PEF 규제를 풀더라도 금융기관이 PEF의 유한책임사원(LP)이나 무한책임사원(GP)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의결권을 제한하는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08-12-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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