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 ‘기업퇴출 한파’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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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12-12 00:44
입력 2008-12-12 00:00
기업들이 사면초가다.채권단인 금융권에서는 구조조정의 칼을 꺼내려 숨을 가다듬는 가운데 여기저기서 발표하는 올 기업 성적표는 늘 바닥권이다.성적이 나쁠수록 빚은 늘고,돈 꾸기는 더 어려워지지만 뾰족한 방법도 없다.내년 봄에는 ‘기업퇴출’이란 매서운 꽃샘추위가 올 것이란 예보가 나온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그동안 망설이던 대형 건설사들의 대주단(채권단) 가입도 빨라지고 있다.10대 건설사 가운데 4개사가 대주단에 동시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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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중견기업 걸러내기 시작한다는데

신한은행은 건설업과 조선업,해운업 등 3개 업종에 대한 특별관리에 들어갔다고 11일 밝혔다.7만여개 거래업체를 대상으로 부채비율과 유동성비율,리스크 관리 등을 분야별로 점검한다는 계획이다.신한은행은 최근 ‘기업금융개선지원본부’를 신설하고 본부 산하에 기업개선지원팀을 마련했다.이 은행 여신 담당자는 “그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패스트트랙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젠 전체 거래 기업을 점검해 지원 대상인지를 먼저 가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신규 자금지원에 앞서 실사와 함께 담보 제공 및 구조조정 등 자구책을 기업에 요구하기로 했다.거래기업 가운데 여신 금액이 비교적 크거나 퇴출하면 은행에 큰 타격을 줄 업체도 꼽는다.우리은행도 조만간 ‘기업개선지원단’을 신설해 기업의 워크아웃과 기업회생을 전담한다.

은행들은 입을 모아 “기업 지원이 우선”이라고 말한다.하지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면 결국 퇴출로 해석될 수 있다.또 ‘지원’과 ‘퇴출’ 여부가 갈리는 시기는 결국 4·4분기 기업실적이 발표될 때라고 보는 이가 많다.국민은행 관계자는 “전체 거래기업 가운데 신용등급 B+ 이하는 15~20%가량”이라면서 “특히 B- 이하인 요주의 등급을 받은 기업 중 퇴출기업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돈줄은 말라가고

11일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회사채 등급을 매긴 326개 기업 가운데 투기등급(BB+) 이하로 나온 곳이 81개로 24.8%에 이른다고 밝혔다.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는 이른바 중견기업 4곳 중 1곳이 투기등급으로 평가받는 셈이다.특히 이 가운데 이미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진 업체도 5곳이나 됐다.문제는 요즘 같은 시기에 투기등급으로 분류된 회사에 누가 돈을 빌려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우선 은행부터 손사래를 친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투기등급은 은행 기준으로는 10등급 중 6등급 이상이란 이야기인데,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담보가 확실하고 고금리를 약속해도 정상적인 루트로 돈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성적 나쁜 기업이 돈 구할 방법은 패스트트랙 아니면 사채시장밖에 없다는 뜻이다.

●장사 안돼 빚은 쌓이고

한은의 3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이자보상비율이 0% 미만인 적자 기업이 전체 제조업 중 30.8%로 전분기(26.3%)보다 늘었다.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업체 비중도 40%에 육박한다.비율이 100%에 못 미친다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다 못 낸다는 뜻이다.증권시장에 상장된 규모가 큰 기업들도 4곳 중 1곳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처지다.추가 자금지원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일부 기업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시장에 나오는 이유다.

기업 간 양극화도 가중돼 10대 그룹의 채무 상환 능력은 1년 전에 비해 개선(이자보상배율 7.67→9.44)된 반면,비(非)10대 기업 그룹은 악화(5.15→4.83)됐다.은행들은 퇴출 기업 1순위로 건설과 조선업종을 꼽는다.정부 관계자는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최대한 살린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단,4분기 성적표가 나올 때면 구조조정 대상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8-12-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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