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다이내믹 코리아’ 對 ‘혼돈의 한국’/김충현 서강대 언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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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12-09 01:10
입력 2008-12-09 00:00
‘다 이내믹 코리아’는 한국의 국가 브랜드 슬로건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한국의 특징을 전 세계에 알리는 적절한 슬로건인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적지 않은 논란이 있어 왔다. ‘다이내믹 코리아’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외국인들의 대체적인 반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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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현 서강대 언론대학원 교수
김충현 서강대 언론대학원 교수
다이내믹(dynamic)이란 일반적으로 ‘역동적’ ‘활동적’인 등의 뜻으로 사용되는데 이를 국가 슬로건으로 선정한 이유는 한국이 단기간에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룩한 원인이 근면성과 끊임없는 목적 추구적인 성향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믿었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과거 경제 개발이 최고의 가치를 자랑할 때는 노동 시간이나 강도에 있어서도 세계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았다. 거리는 항상 분주하며 건설이나 공사는 끊임없이 진행되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단거리 선수를 방불케 할 정도로 빠르고 힘차다. 이러한 한국인의 기질이나 모습이 외국인의 눈에 경이롭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다이내믹한 한국의 참모습인가? 아니면 혼란과 혼돈의 또 다른 모습인가?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도 보여 주지 못한 고속 경제성장의 여파가 필연적으로 요구하게 되는 부작용의 대가를 충분히 치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정치는 그렇다 치더라도 교육, 문화, 사회, 경제, 질서 등 어느 하나도 기본이 정립되어 있거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기본적인 가치관이 부수적이고 부차적인 가치에 밀려 났기 때문이다.

거리는 각종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무질서한 불법 가두시위장으로 변한 지 오래 되었고,경제활동과 거래에는 음성적이며 탈법적인 관행이 지속되고,공교육은 사교육으로 대체되었고,가족간의 유대마저 위기에 처해 있다.이혼율 최고, 출산율 최저, 청년 실업률 최고 등은 불과 몇 년 만에 나타난 현상이며 이것의 가장 큰 원인은 ‘물질주의’가 우리의 지배적인 가치로 자리잡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 국은 세계 최고의 자본주의 국가이지만 그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관은 ‘자긍심(self-esteem)´이다.자긍심은 물질적 가치에 앞서 개인의 인간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가치관이며 과거 30여 년간 미국을 지배한 부동의 가치관으로 자리 잡아 왔다.

우리의 가치관을 이처럼 혼란스럽게 부채질하고 촉진한 것은 TV 등 대중매체라 할 수 있다. 대중매체는 이제 가정, 학교, 종교기관을 제치고 청소년의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사회적 제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대중매체가 쏟아 내는 그 많은 정보 중 우리가 살아가는데 참고로 할 만한 가치 있는 정보는 과연 얼마나 될까? 청소년이나 학생들이 미래를 구상하고 뜻있는 삶을 준비하는데 유용한 정보는 존재하기나 하는가? 특히 공영의 기치를 내세우는 방송이 서양의 ‘쓰레기’방송을 모방해 시청률 경쟁에나 급급해도 되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금융위기와 경제 불황의 늪은 앞날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것 같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국제 환경적 요인이 많아 해결책도 만만치 않다.이런 기회가 우리 스스로를 차분하게 되돌아보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이고,옷 한 벌 값이 수 백 만원이며,학생들이 고가의 수입 장신구로 치장하는 것이 다이내믹한 모습인가?



오바마의 당선에서 보듯이 ‘변화’는 이제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대세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의 무분별하고 혼란스러운 변화와 구분하여 ‘새로운 변화’에 대한 준비와 대처가 필요하다. 지금의 우리 모습은 ‘다이내믹 코리아’가 아니라 ‘혼돈의 한국’이다. 우리가 서야 할 제 자리를 찾아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변화를 모색할 때 진정한 ‘다이내믹 코리아’를 표방할 수 있을 것이다.

김충현 서강대 언론대학원 교수
2008-12-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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