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앵글 속 한국 현대사
수정 2008-12-05 00:00
입력 2008-12-05 00:00
【 내가 바라본 격동의 한국,구와바라 사진집 】
구와바라 시세이는 수은 중독에 따른 공해병인 ‘미나마타병’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1962년 일본사진비평가협회로부터 신인상을 받으면서 다큐멘터리 사진계에 입문했다.한국에서의 작업은 1964년 월간지의 특파원 자격으로 서울에 체류하면서 시작하게 됐는데,이후 수십차례 드나들며 찍은 사진이 10만여컷에 달한다.
한국에서 촬영한 사진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방대한 분야를 망라한다.1965년 한일회담 반대시위,베트남 파병,팀스피리트 한미연합군사훈련,미군 기지촌 등이 구와바라 시세이의 렌즈에 포착된 풍경들이다.그는 “나에게 있어서 한국 취재는 ‘격동의 사반세기’였다.”며 “지금도 한국의 대지에 잠들어 있는 무궁무진하고 장렬한 역사 소재를 문자나 영상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고 말한다.이 사진집은 그가 27세 때부터 청춘을 함께한 이웃나라이자 아내의 모국에 바치는 헌정 책과도 같다.
사진비평가 이영준 계원디자인예술대 교수는 작가론에서 구와바라 시세이의 사진 세계를 이렇게 설명한다.“구와바라 시세이의 시선에는 한국의 사진가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대상에 대해 냉정하게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태도가 들어있다.”
이처럼 그의 사진은 예술사진 중심의 한국사진계에 많은 시사점을 안겨 주며,현실의 핵심을 찌르는 영상미학을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집 말미에는 한국 취재 생활에 대한 작가의 회고담도 실려 있다.관세법 위반으로 강제 출국된 경험,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등 솔직하고 치열한 자기 반성 등이 낱낱이 적혀 있다.
그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오는 13일부터 내년 2월21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구와바라 시세이 사진전’이 열리는 것.향수를 자극하는 서울 변두리와 농어촌의 모습,북한 사진 등을 감상할 수 있다.5만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2008-12-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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