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측근 ‘세종증권 게이트’] 1000억대 증권사 로비 비용 100억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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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규 기자
수정 2008-11-26 01:08
입력 2008-11-26 00:00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매각·인수 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짧은 시간에 나름대로 성과를 얻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검찰 조사결과 밝혀진 내용을 보면 다소 석연찮거나 더 확인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로비 액수다. 김형진 세종캐피탈 회장은 같은 회사의 홍기옥 사장에게 로비자금으로 100억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100억원 가량 되는 증권사를 매각하는 데 사용된 로비 자금치고는 적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는 김 회장이 홍 사장한테 준 돈 외에 다른 루트를 통해 금융권, 관계 등에 로비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추측케 하는 대목이다. 김 회장이 로비자금으로 모은 100억원의 출처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회사 자금인지, 제3자 자금인지 분명치 않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의 역할이 주목되는데, 검찰은 김 회장을 불러 조사한 뒤 곧 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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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사장 홍기옥만 구속?

검찰 관계자는 25일 “이번 로비 사건의 주범은 홍 사장이다. 김 회장의 혐의에 대해선 확신을 못하고 있다.”면서 “혐의가 확인된다고 해도 두 사람을 다 구속해야 할 것인가도 고민이 될 수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을 구속한다고 하면 홍 사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사장이 전체적인 로비를 벌이고, 돈을 건넨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하지만 세종증권의 모회사인 세종캐피탈은 김 회장과 그의 부인이 100% 주식을 보유한 1인 주주 회사나 다름없다. 로비 자금이 김 회장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는데도 김 회장을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검찰 주변에선 “검찰이 김 회장을 통해 로비 일체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는 대신 김 회장을 혐의 선상 바깥에 놓아준 것 아니겠냐.”는 추측도 있다.

이와 함께 세종증권의 매각 주체가 김 회장인 만큼 홍 사장을 통한 로비 외에 김 회장이 정치권과 금융권에 대해 별도의 로비를 했는지 여부도 수사 대상이다.

내부정보로 배불린 사람 더 없나

홍 사장이 로비 자금으로 사용한 80억원의 용처도 확인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전달된 50억원과 정화삼 전 제피로스 골프장 대표와 동생 광용씨에게 전달된 30억원이 제3자에게 전달됐는지 여부도 파악해야 한다. 지금까지 검찰은 정 전 대표 형제에게 건네진 30억원 가운데 일부는 이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돈을 차명계좌에 그대로 두지 않고 뺀 것으로 드러나 건평씨 등 또다른 인물에게 건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종증권 매각과 관련, 금품 수수 정황이 포착된 건평씨에게 정 전 대표 외에 제3자를 통해 돈이 건너갔는지 여부도 관심사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세종증권 매각과 관련한 내부정보로 주식을 거래해 100억원대 이익을 얻은 의혹이 제기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수사를 별건으로 대검 중수2과에 배당했다. 정식으로 수사를 벌여 석연치 않은 의혹의 실체를 밝혀내겠다는 게 검찰의 의지다. 검찰과 정치권 등에선 박 회장 말고도 주식거래를 통해 짭짤한 수입을 올렸을 인사가 더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농협이 세종증권과 S증권을 저울질하는 과정에서 두 회사 주식이 요동을 쳤었다. 세종증권도 관련 사항에 대해 수차례 공시 요구를 받기도 했다. 검찰이 2006년 3~7월 사이 증권선물거래소가 수상한 거래를 조사한 자료 등을 넘겨받아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뒷정보로 배불린’ 실력자들이 더 드러날지도 관심이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2008-11-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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