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대기자 법조의 창] 헌재 흔들리면 안된다
강 장관 발언의 최대 피해자는 헌재다. 이에 헌재도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야당은 ‘사법권 유린’이라며 강 장관과 헌재를 몰아붙였다. 급기야 진상조사위까지 꾸렸다. 그러나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끝났다. 헌법재판소의 방문 조사 역시 무산됐다. 강 장관의 실언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헌재를 편들 생각은 없다. 하지만 헌재의 독립성은 보장해야 한다. 누구도 헌재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헌재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관은 당대 최고의 법률가들이다. 그들은 오로지 헌법과 양심에 따라 결정하고 선고할 따름이다. 이번 위헌 결정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재판관 3명도 모두 같은 의견을 냈다. 정치색을 덧씌우려 한다면 안 될 일이다.
하철용 헌재 사무처장은 17일 “이번 일이 헌법재판의 중요성과 독립성을 거듭 일깨운 계기가 됐다.˝면서 “양면성이 있는 만큼 국민에게도 교훈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고위관계자도 “노 코멘트”라고 전제한 뒤 “강 장관의 실언은 분명하다.”고 규정했다. 국무위원 등 고위공직자의 발언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은 헌법 6장에 그 권한이 규정돼 있다.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권력이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공권력 행사에 의하여 침해된 국민의 기본권을 회복하며, 나아가 정치세력간 극한 투쟁을 예방함으로써 사회질서를 평화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헌법재판소는 이제 성년을 넘겼다.1988년 9월1일 설립된 이래 지난해 말까지 1만 5716건의 사건을 접수해 1만 4789건을 처리했다. 이 가운데 773건에 대해 ‘위헌’ 내지 ‘인용’결정을 선고함으로써 인권보장기관으로서의 적극적인 면모를 각인시켰다.
이처럼 중요한 일을 하는 헌재가 흔들리면 안 된다. 독립성은 그들 스스로도 확보해야 한다. 사건 당사자 누구에게도 “한 쪽 편을 드는 것 같다.”는 빌미를 주어서는 안 된다. 남의 허물을 탓하기 전에 과오가 있는지도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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