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헌법소원과 항명/금태섭 변호사
수정 2008-11-08 00:00
입력 2008-11-08 00:00
성적인 자기 결정권의 존중과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을 조화시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법률로 만들어진 제도를 둘러싸고 15년간 논쟁이 끊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의 쟁점을 놓고 공개적으로 주장이 오고가고 가장 적절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과정은 건강해 보인다. 쉽게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일수록 다양한 논리를 검토해보고 반대의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군법무관들이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의 근거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일부에서는 군 조직의 특성상 군법무관들의 ‘집단적인’ 헌법소원 제기는 항명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국방부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군인으로서 적절한지 조사해서 처벌할 것이라고까지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가 ‘불온서적’ 명단을 작성해서, 얼마든지 서점에서 구입이 가능하고 심지어 수십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까지 ‘제작· 복사·소지·운반·전파 또는 취득’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취득한 때에는 즉시 신고’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과연 우리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심각한 의문이 든다. 더욱이 이에 대해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까지 항명으로 몰아붙이면서 백안시하는 일부의 태도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법에 규정된 소송절차를 이용해서 특정한 규정의 합헌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더 이상 ‘적법’한 방법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당연한 개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언론 매체에 군의 정책에 대한 개인의 의견을 발표한 것도 아니고 공개적으로 집회나 시위를 한 것도 아닌 헌법소원을 제기한 행위를 문제 삼는다면 정책에 대한 건강한 토론은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불온서적’ 문제가 제기된 이래 국방부는 군의 특성상 그런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만일 기존의 규정이나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법적인 절차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국방부 측의 논거를 제시할 수 있다. 가장 적법하고 공정한 장인 법정에서의 논의마저 금지한다면 도대체 정책에 대한 비판은 어떻게 해야 가능하다는 말인가.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군인들의 결혼 전 성관계까지 금지하는 훈령 제정을 추진하였다고 한다. 다행히 철회되기는 했지만, 만일 이런 훈령이 만들어졌다면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까지 항명으로 보아야 하는가.
자유로운 의견교환과 토론이 이루어지는 조직이 가장 강한 조직이다. 군법무관들의 헌법소원을 우리 군이 보다 민주적이고 보다 강한 조직이 되도록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건강한 문제제기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금태섭 변호사
2008-11-0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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