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건물 부수는 극한의 승부사들
강아연 기자
수정 2008-10-29 00:00
입력 2008-10-29 00:00
EBS ‘극한 직업-철거’
건물 완파를 하루 앞둔 풍경은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장비를 동원한 건물 완파는 낙하물이 튀어나가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건물 사이에 4m짜리 함석 패널을 설치한다. 완파 전날, 작업자들은 밤늦도록 현장을 떠날 수가 없다.
전체 건물을 철거하는 완파작업에는 특수 장비가 동원된다. 집게 모양의 크러셔가 바로 그것. 크러셔는 마치 공룡이 먹이를 삼키듯 콘크리트 벽을 잘게 부수고, 톱날로 철근까지 끊어낸다. 부식된 콘크리트가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먼지는 2대의 살수기로 물을 뿌려야 가라앉을 만큼 엄청나다. 크러셔가 몇 번 내려치면, 건물은 폭격을 맞기라도 한 듯 폭삭 주저앉는다.
2층 건물의 옥탑 철거를 앞두고 작업자들은 통행을 차단하고 골목길의 사람들을 대피시킨다. 벽돌로 이뤄진 상판은 튼튼하지 못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살짝 건드리기만 했는데도 상판이 흔들리고, 벽돌 파편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린다. 경력 27년차의 조병익 기사가 팔을 걷고 상판을 부수기 시작한다.
철거현장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철거는 힘들고 위험한 일임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누군가는 맡아야 하는 일”이라고.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는 환경 속에서 또다른 창조를 위해 발판을 만드는 일을 묵묵히 해내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극한의 승부사들이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2008-10-2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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