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불패’ 신화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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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기자
수정 2008-10-18 00:00
입력 2008-10-18 00:00
해마다 11월이 가까워오면 중·대형 학원가는 요동을 친다. 초·중·고등학교의 겨울방학이 임박하고 새학기 입시를 앞둬 학원가 내부에 ‘구조조정’이 벌어지는 탓이다.

한 해 동안 ‘뜬 강사’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거나 재계약이 되고,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자리를 떠나야 한다.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고 시작되는 연봉협상인 ‘스토브 리그(stove league)’처럼 강사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는 셈이다.

하지만 실물경제 침체의 여파는 학원가에도 닥쳤다. 높은 사교육비 부담에 학생들의 발길이 조금씩 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사교육은 끄떡없다.’는 ‘학원 불사’ 신화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학원들은 강사를 감축할 태세다. 서울 여의도의 한 영재교육업체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기에 이은 실물경제의 위축은 학원에도 그대로 반영돼 학생들이 많이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학원별로 강사의 20~30%가 감원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학원 강사로 돈벌이를 하고 있는 일부 젊은층들의 걱정도 많다. 서울 상계동에서 학원강사를 하고 있는 김모(27·여)씨는 “학원 사정이 어려워져 서너명의 강사가 학원을 나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기업체 입사 경쟁률이 워낙 치열해 올해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데 강사자리까지 잃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던 국제중 설립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설립 여부가 결정돼야 새해 커리큘럼을 짜고 재계약 강사수를 가늠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예측이 불가능하다.

서울 목동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강사 강모(34)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채용규모를 줄이는 게 맞지만 혹시라도 새해 국제중 모집이 강행될 수 있어 어떻게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 대치동의 한 어학원 관계자는 “국제중 1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특강을 준비할 계획이었는데 국제중 설립 자체가 오락가락해 11월 재계약 기간에 강사수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많은 학원들이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국제중 입학대비 특강은 물론 ‘국제중 합격자 겨울방학 특강’,‘국제중을 위한 해외 영어몰입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있던 터였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국제중 문제로 학원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만으로도 국제중과 사교육 시장의 상관관계가 입증되는 셈”이라면서 “국제중 설립은 학원가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8-10-1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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