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세계금융] 자살·항의시위… 절망에 빠진 증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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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웅 기자
수정 2008-10-11 00:00
입력 2008-10-11 00:00
주가 폭락으로 투자자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증권사 직원이 자살하는가 하면, 펀드에서 원금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은행을 찾아가 원금을 보장해달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1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8시25분쯤 서울 관악구 한 모텔 객실에서 K증권 서초지점 직원 유모(32)씨가 객실 문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모텔 주인 임모(44·여)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유씨는 결혼을 앞두고 최근 금전 손실 문제로 고객에게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D증권 광교지점의 최모(33) 대리는 “투자자들 대부분의 주식이 반토막났는데, 하소연을 들어주느라 하루가 다 간다.”면서 “심리적 저지선이 무너져서 투자회사나 투자자들 모두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펀드 고객 50여명은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으로 몰려가 펀드 원금의 손실분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원금의 80% 이상을 손해봤다는 구정수(39·여·강서구 화곡동)씨는 “은행 측에서 원금보장과 수익률(6.5∼6.7%) 보장을 분명히 명시했다.”면서 “올해가 가기 전에 원금을 다 날릴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은행측은 “펀드 판매 당시 원금 손실 위험성을 고지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의 증권사 지점 객장에 나온 시민들은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녹색 숫자(주가하락 표시)가 빼곡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전 9시부터 객장에 나왔다는 정영근(61·도봉구 창동)씨는 “집에서 혼자 인터넷 거래만 하기에는 답답해서 나왔다.”면서 “퇴직금 3000만원을 투자했다가 지금 50%밖에 안 남았는데, 거래수수료도 만만치 않아 빼도 박도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주식 폭락은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한 시장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의 위기가 해소돼야 소폭이라도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2008-10-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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