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대는 세계금융] 자금난에 우는 중소기업들
이두걸 기자
수정 2008-10-09 00:00
입력 2008-10-09 00:00
中企 3중고… “차라리 회사 문 닫는게 낫다”
여기에 국제 금리 상승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갈수록 극심하다. 환율과 경기, 금리 등 ‘3중고’에 시달리는 중소업계는 “차라리 폐업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에 본사를 두고 다이어리와 수첩 등을 주로 생산하는 중견 중소기업 S사는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값 ‘폭탄’을 맞았다.
지난 7월부터 종이납품 업체들이 환율 상승에 따라 종이값을 조금씩 올리면서 상반기 3만 5000원이던 인쇄용 전지 500장 가격이 4만 5000원으로 뛰었다. 내수 경기 침체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업종 특성상 연말에 번 돈으로 일년을 나지만 올해는 주문 물량이 지난해보다 30%나 줄었다.170억원 수준이었던 연매출 역시 120억원 정도로 떨어질 위험에 처했다. 이 바람에 4분기 필요 인원을 3분의1이나 줄였다.
S사 김모 감사는 “지난해에는 7억원 정도 순익을 봤지만 올해는 마이너스 수지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지난 금융위기 때는 금융만 어려웠지 실물은 나쁘지 않아 1998년도에 바로 회복됐다.”면서 “그러나 금융과 경기 둘다 문제가 발생한 요즘이 20여년 회사 생활 중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20년 회사생활 중 가장 어렵다”
독일 등 유럽 쪽에서 들여온 기업·대학 등에 연구개발(R&D)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을 제공하는 S사 김모 대표는 사정이 더 안 좋다.
지난해와 대비해서 달러보다 유로화가 더 많이 뛰면서 요즘은 사실상 ‘마이너스 영업’ 상황에 빠졌다. 김씨는 “지난해 유로화 가치가 낮을 때 1유로당 1250원 선이었지만 지금은 1750원으로 40%가 올랐다.”면서 “특히 3개월 전에 대기업에 1억원 정도의 장비를 납품하고 다시 유럽의 제조사에 이를 송금하려고 하니 1억 3000만원으로 불어 있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청담동에서 고급 맞춤복 의상실을 경영하고 있는 의상 디자이너 이모씨는 환율 폭등으로 프랑스·이탈리아 등에서 들여오는 옷감과 부자재 등의 비용이 지난해보다 2배가 올랐다. 올 가을 원단은 봄에 미리 해외에서 주문해놓고 대행사를 통해 6개월 뒤인 10월 쯤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 폭등의 소나기를 그대로 맞았다.
●공포감 키우는 은행 여신 축소
중소기업들은 금리 폭탄에도 그대로 노출이 돼 있다. 연 매출액 8000만달러 규모로 미국 쪽에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의류를 수출하는 N사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외화대출 금리를 5%에서 9%대로 적용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최근 리보 금리(런던 은행 간 금리)가 2.5%에서 4.5%로 치솟고, 은행 가산금리 역시 1.5%에서 4% 가까이 오른 탓이다.
외국에 공장을 두고 있어 안정적인 물량 공급이 가능한 N사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외부에서 물건을 하청받는 업체들은 외국 바이어들도 주문을 꺼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가장 두려운 것은 여신이 줄어드는 일이다.N사 자금담당부 최모 차장은 “얼마 전 한 시중은행에서 20억원의 여신을 늘려주는 조건으로 월 6000만원짜리 적금을 들라고 제안이 왔지만 이는 대출 이자도 받고 적금도 담보로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황당한 조건”이라면서 “그러나 돈 꿀 데가 마땅찮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마다할 수 없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원화와 외화 대출 폭을 늘려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08-10-0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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