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대는 세계금융]‘패닉’ 빠진 외환 딜링룸
이두걸 기자
수정 2008-10-08 00:00
입력 2008-10-08 00:00
“시장이 미쳤다”… 달러 “팔자” “사자” 백병전
7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19층 외환 딜링룸. 장 마감을 앞둔 오후 2시50분이 되자 갑자기 달러화 팔자 주문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대부분 100만달러 이하 매물이었지만 17인치 LCD 모니터 창의 달러화 매입·매수 시세 숫자들은 일제히 가격 하락을 알리는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투기세력만 좋은 일 하네”
널찍한 딜링룸은 전화벨 소리와 거래 조건을 맞추는 딜러들의 목소리로 순식간에 가득찼다. 결국 환율은 장 막판 20분만에 1331원대에서 1328원대로 뚝 떨어지며 마감됐다. 오전부터 딜링룸 책상 앞을 떠나지 못했던 딜러들은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내다보며 한숨 돌렸다.
“시장이 미쳐서 결국 투기세력만 좋은 일 하네….” 한 딜러가 이날의 환율 추이를 모니터로 확인하며 나지막이 읊조렸다.‘제 2의 외환위기’에 직면해 있는 외환 딜링룸의 분위기다.
환율이 7년 6개월 만에 장중 1350원대에 진입한 이날 오전 9시 시중은행 딜링룸들은 ‘전쟁터’였다. 특히 장이 시작되는 오전은 달러를 팔겠다는 주문은 사라진 채 사겠다는 주문만 빗발치면서 환율이 폭등하는 ‘달러 백병전’이 벌어졌다.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김두현 차장은 “이날 오전 환율이 개장하자마자 급등하면서 시장이 한순간에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면서 “이후에도 은행이나 민간에서도 향후 환율 추세를 파악하지 못해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관망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의 패닉은 정부의 구두개입으로 겨우 진정됐다. 외환당국의 개입 물량도 오전 9시와 정오, 그리고 장 막판에 나온 것으로 추정되면서 환율을 끌어내렸다.
그러나 외환 딜링룸에서 환율이 변하는 상황은 이미 외환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달러를 사고 파는 환율이 10전 내외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2∼3원씩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환율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도 달러 매물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면서 “달러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매수 세력들이 쫓기듯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문 잘못해 환율 급등하기도
환율 시장이 매일 숨가쁘게 돌아가다 보니 외환 딜러들의 피로는 쌓일 대로 쌓인 상태다. 외환시장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간다. 올해 들어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물량이 점심 시간에 주로 나오면서 끼니도 거르기 일쑤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쌓이다 보니 실수도 발생한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쯤 한 은행 외환 딜러가 수백만달러 주문을 잘못하는 바람에 당시 환율이 잠시 1200원대에서 갑자기 뛰었다.”면서 “1000만달러를 넘어가지 않는 수준에서는 은행이 딜러의 실수를 묻지 않고 그에 따른 손실을 감당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08-10-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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