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낙하산 오명 씻는 길/ 오풍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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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10-07 00:00
입력 2008-10-07 00:00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에 대한 인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정부는 거듭된 문제제기에도 낙하산 인사들을 앉혔다. 한마디로 쇠귀에 경읽기였다. 당초 제시했던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일조한 공신들이 속속 자리를 꿰찼다. 이 대통령이 CEO로 근무했던 범(汎)현대가 인사들도 눈에 많이 띈다. 언론들도 지쳤는지 이제는 지켜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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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대기자
오풍연 대기자


낙하산이 누구라고 말 안해도 다 알기에 거명하지는 않겠다. 물론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으로 본다. 그런 것조차 모른다면 정말 철면피다. 여론이 잠잠해졌다고 해서 그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오판하지 말라는 뜻이다. 낙하산이라는 비판에 동의하지 않을 이도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강력히 따지는 사람도 보았다. 주로 정치권 출신들이 그랬다. 상임위 활동을 전문성과 결부시키기도 했다.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에 더 이상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다만 성공한 CEO로 거듭나길 바랄 뿐이다.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대통령과의 친소(親疏)관계를 너무 강조하면 안 된다. 못난 사람들이 대통령을 판다.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도 큰 병이다. 이런 부류의 인사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필자는 3년 전 공기업 CEO 40여명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10개월 간 매주 한 명씩 만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혁신’을 강조하던 때다. 그들 가운데는 이명박 정부에서 다시 발탁된 사람도 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과 강경호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그들이다. 당시 정 장관은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강 사장은 서울지하철공사 사장을 맡아 개혁을 주도했다.

참여정부에서도 낙하산 비판을 받은 이들이 적지 않았다. 정치권 출신에게는 늘 딱지처럼 붙어 다녔다. 그러나 정치인 출신의 남다른 장점도 찾아볼 수 있었다. 임원 수를 줄이고 정년을 단축하는 사례를 봤다. 발상의 전환을 꾀했던 것. 그들에게는 밀어붙이는 힘이 있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다. 몸을 사리지 않는다. 관료 출신에게선 발견하기 어려운 대목들이다.

낙하산 인사들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인사’다. 공기업 임원을 최근 만났다. 그는 “인사를 하려고 해도 손을 댈 수가 없었다. 특정지역 인사들이 이른바 요직을 모조리 차지해 엉망이었다.”고 털어놨다. 자기사람을 심다 보니 조직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가 첫 번째 단추다. 능력을 위주로 인사를 하면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학연과 지연은 반드시 배제해야 한다.

다음은 본인 스스로 전문성을 배가시킬 필요가 있다. 적당히 3년 임기만 채우고 나간다는 생각을 하면 조직의 미래가 없다. 민간기업을 살펴 보자. 비전문 분야에서 성공한 CEO들이 많다. 밤낮으로 업무를 익힌 덕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노력한 만큼 성공을 거둔다. 특히 정치인 출신들이 귀담아 들어야 한다.



CEO가 된 이상 정치권을 기웃대지 말기 바란다. 행여 지역구 챙기는데 신경을 쓴다면 안될 일이다.2012년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뛰어야 한다. 그때까지 시간을 버는 자리로 생각한다면 당장 옷을 벗어라. 소속 직원들과 국민들이 낙하산 인사들의 행태를 지켜 보고 있다. 오명을 씻는 것은 그들에게 달렸다.

poongynn@seoul.co.kr
2008-10-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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