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親서방 노선 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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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한수 기자
수정 2008-09-27 00:00
입력 2008-09-27 00:00

자국 국경 넘어온 미군 공격 잇따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국경을 넘는 테러단체 소탕작전이 전통적인 친서방국 파키스탄으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주권을 침해하면 그냥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파키스탄군은 최근 국경을 넘어온 미군 무인정찰기를 격추시킨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날은 미군이 주도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ISAF헬기를 공격했다.

친미 성향인 자르다리 정부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어서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은 그럼에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접경지대에서 벌어지는 탈레반과 알 카에다 등 테러범 소탕전에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해 양측의 대치는 앞으로도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의 ‘주권침해 대응’ 선언은 자르다리가 처한 국내 정치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미국을 의식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대테러 작전의 공조가 급하지만, 국내 여론에도 귀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정치적 상황은 자르다리와 대립각을 세워온 제2당 샤리프의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가 펀자브 주정부를 장악하고, 무장세력의 최대 거점으로 꼽히는 ‘스와트 밸리’가 있는 북서부 페샤와르의 주정부가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는 등 예전과는 시뭇 다른 양상이다. 이런 불안정 속에서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이 형편없이 추락하는 경제 문제에 손도 대지 못한 채 국민 심판을 받고 권력을 넘겨준 것도 부담이다. 자르다리는 급기야 ‘자결권’ 선포로 미국 등 서방의 꼭두각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고자 했다. 미국은 물론 나토를 상대로 극한대결로 이어질 경우 2001년 이후 계속된 대테러 동맹을 갈라 놓을 가능성도 있다.

공교롭게도 파키스탄의 잇따른 항공기 공격은 자르다리 대통령이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대테러 작전의 공조를 논의하는 가운데 벌어졌다. 자르다리는 파키스탄과 아프간의 국경선이 복잡해 헬기가 실수로 월경했으며 조종사에게 국경선을 넘었는지 확인하도록 섬광탄을 쏜 것이라고 ‘외교적 발언’을 했다. 그러나 유엔총회에선 “우리는 테러리스트들이 국민과 이웃을 공격하도록 파키스탄 영토를 내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영토를 침범하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맞서 미 국무부도 파키스탄에 해명을 요구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2008-09-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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