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CEO 열전] (4) 남용 LG 부회장
김효섭 기자
수정 2008-09-23 00:00
입력 2008-09-23 00:00
일부는 남 부회장의 눈부신 성공이 지난해 좋았던 시황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객 인사이트(insight)’라는 마케팅 전략과 외부인재의 수혈,TV사업 분리 등 과감한 조직개편 등 ‘전략기획가’로 불리는 남 부회장의 작전지시가 없었으면 이같은 성공은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 별다른 이견이 없는 편이다. 남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 실적 회복은 ‘단기 성과이며 시작일 뿐’이다.”라면서 또 다른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남 부회장은 경동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76년 LG전자(옛 금성사)수출 1과에 입사했다. 과장 시절이던 80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사장에 전격 발탁됐다.LG전자 한 관계자는 “(남 부회장은)당시에도 실무능력과 전략적 사고로 경영진의 신임을 얻었다.”면서 “골칫거리였던 컬러TV 재고를 완전히 처분하는 등 뛰어난 역량을 보였다.”고 말했다.
남 부회장은 89년엔 구 명예회장(당시 LG그룹 회장)의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그룹 경영혁신추진본부 이사, 비전추진본부 상무, 경영혁신추진본부 전무,LG전자 멀티미디어사업본부 부사장 등 그룹의 요직을 차례차례 거쳤다.
남 부회장은 LG그룹이 차세대 주력분야로 꼽은 이통사업도 진두지휘했다. 그는 1998년 LG텔레콤의 대표이사(부사장)에 발탁됐다. 한솔엠닷컴 인수실패와 비동기 IMT-2000 실패는 아픔이었지만 LG텔레콤의 자립기반을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는다.LG텔레콤 관계자는 “남 부회장은 LG텔레콤 사장에 취임할 당시(2002년) 200만명에 불과했던 가입자를 700만명으로 늘렸다.”면서 “매출액과 순이익이 늘어나는 등 경쟁이 치열한 이통시장에서 후발주자인 LG텔레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고객이 놀랄 제품을 만들어라”
남 부회장은 취임 이후 마케팅과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른 조직개편도 계속되고 있다. 남 부회장은 ‘고객 인사이트’를 강조한다. 통찰을 통해 고객도 미처 몰랐던 필요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남 부회장은 평소 “구매한 고객이 상품을 보는 순간 ‘와’하고 감탄할 수 있게 만들라.”고 강조한다.
그는 전 세계를 10여개의 시장으로 나눠 지역별로 고객과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남 부회장 스스로도 해외출장 때마다 현지 고객들의 가정을 직접 방문,1∼2시간 동안 어떤 제품을 쓰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 고객의 목소리를 꼼꼼히 듣고 있다. 이렇게 방문한 해외 고객의 집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150가구가 넘는다.
남 부회장은 ‘LG전자의 글로벌화’도 강조하고 있다. 이미 8만명의 LG전자의 직원 중 5만명이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다. 매출의 80%가 수출에서 나오는 만큼 사람, 제도, 업무스타일 모두 글로벌에 맞도록 변신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해외 제조업체도 따라하고 싶도록 LG전자를 ‘글로벌 마케팅 회사’로 변신시키겠다는 생각이다. 마케팅 임원, 인사책임자 등 주요 부문 최고책임자에는 외국인들을 대거 기용하고 있다.
●사내 언어·이메일 영어로 통일
사내 언어도 영어로 통일하고 있다. 임원회의는 물론 보고서, 사내 이메일까지 영어를 써야 한다. 초창기 사내에서 있었던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는 이제 많이 사라졌다. 사내에서는 “이왕 할 것 열심히 해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연착륙을 장담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외부인사들의 대폭 수혈에 따른 내부 임직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은 편이다. 당장은 매출과 영업이익 등 남 부회장의 성적표가 좋아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돌발상황이 생기면 언제든지 불만은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남 부회장의 외부인재 영입으로 탄탄한 기반을 다진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임원들이 외부인재와 갈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08-09-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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