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나이스샷] 진심 담긴 골프장 서비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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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9-10 00:00
입력 2008-09-10 00:00
골프장 서비스로 말하면 대한민국을 따라올 나라는 아마 없을 것이다.

골프장 입구에서 경비의 거수경례를 받으며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면 상냥한 인사와 함께 골프백을 내려준다. 일부 골프장은 발렛파킹 서비스까지 해준다. 호텔을 능가하는 클럽하우스 로비에는 대표이사가 직접 나와 반긴다. 스타트 티로 나가면 젊고 상냥한 캐디가 반갑게 인사한다. 여기에 라운드 직전에 간단한 스트레칭까지 해준다.

골프장을 찾은 외국인들은 깜짝 놀란다. 세상에 이렇게 귀빈 대접을 받는 곳도 있구나 싶을 것이다. 그뿐인가. 그늘집 등 코스 중간에도 직원들의 상냥한 인사는 그칠 줄 모른다. 골프가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 캐디와 도어맨들이 90도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대한민국 서비스산업의 진수를 보는 듯하다.

그러나 달리 보면 서비스가 지나치거나 요식적이란 느낌이 들곤 한다. 먼저 골프장 입구에서의 거수경례는 군사문화 냄새가 짙다. 클럽하우스에서의 대표이사 영접은 거북살스럽기까지 하다. 캐디와 직원들의 상냥한 웃음과 인사도 받아들이는 골퍼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려고 발렛파킹해준 차의 운전석에 앉았을 때 좌석 위치가 당겨지거나 넓혀져 있고, 사이드미러, 리어미러도 달라져 있기 일쑤다. 오너 운전자의 기준에 다시 맞춰 놔야 진정한 서비스일 것이다. 얼마 전 일본 홋카이도의 니돔무 골프장을 찾은 일이 있다. 홋카이도 톱 5에 드는 골프장이었지만 캐디도 50대 아주머니가 나왔고 입구부터 그리 요란스럽지 않았다.

더욱 놀란 것은 그늘집에 들렀을 때 50대 캐디에게 먹을 것을 주려 하자 그늘집 종업원은 한 되 됨직한 쌀을 권했다. 꼭 캐디에게 선물을 하려면 예쁘게 포장된 쌀을 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가격은 1000엔(약 1만원)이었다. 그 외에도 농산물이 예쁘게 포장돼 있었다. 그늘집 종업원은 이렇게 권하는 이유가 상하 관계가 아닌 친구처럼 존경하는 마음을 담는 게 선물의 본령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장을 떠날 때 클럽하우스 입구에서 우리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는 모습에서 진정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느껴졌다. 캐디를 동반자 내지 친구로 생각하고 골퍼가 보든 안 보든 차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드는 서비스는 지극히 인상적이었다.

대다수 골퍼에게 뭔가 불만족이 남는다면 진정 골퍼의 마음을 읽는 서비스가 아니라 보여주기식 서비스 때문이란 것을 한번쯤 돌아보아야 한다. 보여지는 서비스보다 상대를 존중하고 인격체로 대하는 대등한 잣대에서의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2008-09-1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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