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선정 연수회 참석대상서 수업 주체 교사 제외시켜 시·도교육감協, 학교 자율 침해 논란
이경원 기자
수정 2008-09-10 00:00
입력 2008-09-10 00:00
한동안 잠잠하던 ‘교과서’문제를 둘러싼 마찰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선정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게 도화선이 됐다.
전국 16개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8일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 선정 때 이념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교과서가 선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좌파성향’의 교과서를 일선 학교에서 채택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학교의 고유권한인 교과서 채택에 교육감이 개입하는 것은 학교자율화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시·도교육감이나 일선 교육장은 대통령령에 따라 교과서 선정 때 학교장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최종 교과서 선택권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학교장의 고유권한”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교과서 채택은 같은 교과 교사들이 교과서 3종을 추천하면 학교운영위원회가 심의를 하고 순위를 정한 뒤 학교장이 최종 확정했다.
하지만 협의회는 앞으로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학교장과 학운위 위원들을 대상으로 교과서 분석 자료에 대한 연수를 한 뒤 교과서 선정절차를 갖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연수 과정에서 교육청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연수에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중요 주체인 교사도 빠져 있다. 혹시나 나올지 모를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임병구 전교조 대변인은 “정부의 학교 자율화가 ‘허구’임을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비난했다. 윤종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도 “교과서는 학교운영위원회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선정해야 하는데 정부와 교육당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학교의 자율성을 퇴색시키고 있다.”고 가세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도교육감협의회가 균형 잡힌 역사를 위해 돕기 위한 것으로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려는 의도는 없다.”면서 “연수 과정도 학교장과 운영위 의원들이 참석해 같이 논의해 보자는 취지일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8-09-10 1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