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양극화의 함정/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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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8-26 00:00
입력 2008-08-26 00:00
우리는 그동안 다른 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빠른 경제발전을 했다. 이러한 경제성장은 정부가 경제적 평등을 선호하는 동시에 경제하려는 욕구가 강한 우리의 국민성을 잘 파악해서 경제정책을 사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1949년 농지개혁을 하기 전까지 우리는 양극화로 인해 계층 간 분열과 생산성 저하로 높은 성장을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농지의 소유상한을 3정보로 제한하는 농지개혁으로 양극화를 해소했고 그 후 1960년대 박정희 정부는 경제개발계획으로 우리 국민들의 경제하려는 욕구를 자극시켜 결국 높은 경제성장을 가능케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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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그러나 그 후 60년이 지난 지금 우리 경제는 다시 양극화의 함정에 빠지게 되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양극화가 다시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사회적인 분열과 근로의욕 저하로 생산성이 떨어져 기업의 경쟁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려는 거시경제정책을 사용해도 시위와 파업으로 기업투자가 늘어나지 않으면서 우리 경제는 다시 성장이 정체되는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기업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정부규제를 완화해 이러한 양극화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각종 정부규제를 철폐해 기업투자를 촉진시켜 일자리를 만들게 되면 부의 양극화가 해결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만으로 지금의 양극화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임금소득을 어느 정도 높여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더 큰 문제인 재산가치의 양극화를 해결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의 양극화는 임금소득의 양극화와 재산가치, 혹은 재산소득의 양극화로 나눌 수 있다. 임금소득의 양극화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구조조정과 기업의 투자부진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주된 원인이었다. 그러나 재산가치의 양극화는 국민의 정부 마지막인 2002년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그동안 금기시되던 재건축을 허용하면서 시작되었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면서 강남과 강북, 그리고 서울과 지방의 재산가치의 양극화가 시작된 것이다.

재산가치는 임금소득에 비해 금액규모가 월등히 크다는 점에서 벌어진 양극화를 해소하기 어려워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임금소득의 양극화보다 재산가치의 양극화가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국민들의 불만을 높여 사회통합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기 어려워 정부규제를 철폐해도 기업투자는 늘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마련을 위한 정부규제 철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그보다도 재산가치의 양극화를 축소하는 데에 정책의 초점을 두어야 한다. 재산가치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인 재건축을 규제하거나, 외국과 같이 정부개발 방식으로 전환해서 재건축의 이익이 주택소유자에게 돌아가지 못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부동산가격을 안정시켜 더 이상의 재산가치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부동산 규제완화도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과거 정부에서도 경기부양을 위해 규제를 완화했으나 그 결과는 일시적이었으며, 결국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켜 재산가치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양극화를 해소하지 않고는 지금의 경기침체와 성장둔화를 해결하기 어렵다. 부동산가격이 오를수록, 그리고 재산소득 혹은 재산가치의 양극화가 진전될수록 국민들의 불만은 더욱 높아지고 시위와 파업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결국 기업투자가 늘어나지 않게 된다. 기업투자 부진과 양극화 심화라는 악순환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부동산가격을 안정시켜 재산가치 양극화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제적 평등을 중요시하는 우리 국민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우리의 경제하려는 욕구를 자극시켜 다시 높은 성장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2008-08-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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