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사투’
김승훈 기자
수정 2008-08-18 00:00
입력 2008-08-18 00:00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기륭전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2005년 8월24일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부르짖으며 첫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의 호소로 구로공단 내 기업들에서 공공연히 벌어졌던 불법 파견 관행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사측은 이듬해 12월 불법으로 파견업체 노동자들을 사용한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냈다. 이후 회사는 벌금도 물고 생산라인도 완전도급으로 바꿨기 때문에 더 이상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조합원 10명은 마지막 수단으로 지난 6월11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한 두 명씩 단식을 중단했지만 김 분회장과 유씨는 끝까지 버텼다. 그러다 지난 15일 유씨는 폐에 물이 차기 시작해 단식을 계속할 경우 호흡곤란 등을 일으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김 분회장도 지난 12일 소금과 효소마저 끊어 몸 상태가 악화됐다.
이들은 병원에서도 단식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 분회장은 “기륭전자는 2002년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한 뒤 휴가나 병가를 냈다는 등의 이유로 매월 10∼20명씩 해고했고, 비정규직법 시행 뒤에는 계약 기간을 3∼6개월로 체결하며 노동자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정규직 꿈은 요원하다. 이달 초부터 재개된 여섯 차례의 노사 교섭은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는 사측의 입장이 바뀌지 않아 진전 없이 끝났다. 기륭전자측 관계자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기륭전자 정규직원은 단 한 명도 없고, 전부 계약만료자나 다른 회사 소속 계약만료자들”이라면서 “이들의 불법 파업으로 지난 3년여 동안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투쟁 1090일째인 17일에도 다른 조합원들은 금천구 가산동 디지털단지 내 기륭전자 경비실 옥상에서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외치며 농성을 벌였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밤 기륭전자 앞에서 ‘단식농성 지지, 비정규직 반대’ 촛불집회를 열어 이들에게 힘을 보탰다. 민주노총 금속노동조합은 21일 기륭전자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2008-08-18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