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올림픽의 어제와 오늘을 바라보며/박준철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
수정 2008-08-11 00:00
입력 2008-08-11 00:00
기원전 776년부터 4년 간격으로 올림피아에서 거행된 올림픽 제전이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스인들은 올림픽을 통해 그들이 섬긴 제우스를 경배하는 동시에 분열과 반목으로 얼룩진 이웃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평화와 화합의 진가를 맛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함께 어우러짐은 그들에게도 소중한 가치였고 훌륭한 미덕이었다.
평화적 공존의 의미는 더욱 부각되어 갔다. 올림픽을 전후한 시기에는 휴전이 선포되었다. 초기에 몇몇 도시국가에 국한되었던 올림픽은 기원전 7세기에 이르러 범 그리스적 축제로 도약하였고 추후에는 지중해의 여러 지역이 동참하는 국제적 행사로 발전하였다. 기원후 393년까지 계속되었던 고대올림픽은 단일 공동체를 이루지 못하고 분열의 어둠속을 배회하던 그리스 사회에 한 줄기의 밝은 빛이었던 것이다.
1896년 출범한 근대올림픽은 고대 올림피아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민족주의와 제국주의, 그리고 냉전 이데올로기가 득세한 격동의 20세기에 근대올림픽의 여정은 순탄할 수 없었다. 양차대전의 화염 속에 올림픽은 세 차례나 무산되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갈등은 1972년 뮌헨 올림픽을 참혹한 비극의 현장으로 만들었고,1980년 모스크바 그리고 198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두 번의 올림픽은 동·서간의 알력으로 그야말로 반쪽 행사로 전락하였다. 인류의 평화와 화합이라는 올림픽의 취지가 줄곧 현실의 장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同一個世界,同一個夢想)’이라는 근사한 기치를 내건 베이징 올림픽이 개막되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심정이 편치만은 않다. 티베트 사태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지구촌 도처에서 총성과 유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추구하는 세계가 서로 다르고 가슴에 품고 있는 꿈이 제각각인 셈이다.
강자의 배려가 아쉽지만 누구를 두둔하고 누구를 탓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평화의 축제를 위해 10만명의 인민해방군이 투입되고 수십대의 전투기와 미사일이 동원되었다는 지독한 아이러니가 우리를 고약하게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주의의 한계에 시달리면서도 평화적 공존의 정신을 공들여 키워 갔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지혜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박준철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
2008-08-11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