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국회의원 엄마가 안쓰럽다” /오풍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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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7-22 00:00
입력 2008-07-22 00:00
2008년 5월30일.18대 국회 4년 임기가 시작되던 날이다. 필자는 아침 일찍 한 초선 의원에게 축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여의도 입성을 축하합니다.4년동안 보람있는 의정활동을 하기 바랍니다.” 그가 갖은 고생 끝에 금배지를 단 터라 진심으로 건넨 말이었다. 오후에 그 의원에게서 전화가 왔다.“말도 마세요. 샤우팅(shouting)으로 하루를 시작했어요. 지금도 밖에 있습니다.”라고 짤막히 전해 왔다. 우리가 잔뜩 기대했던 국회 초반의 자화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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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대기자
오풍연 대기자
그날 이후 국회는 계속 공전했다. 촛불집회가 연일 이어졌고,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6월5일 열릴 예정이던 국회 개원식도 한달 이상 연기된 끝에 지난 11일 가까스로 열렸다. 국회법에는 임기 시작 7일안에 개원식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법을 어긴 셈이다. 오죽했으면 한 대학생 아들이 “국회의원이 된 엄마가 ‘안 됐다’.”고 말했을까. 길거리 배회도 그렇고, 정치권이 싸잡아 비난받는 것도 안됐다며 안쓰러워했단다.

지금 정치판에서는 웃음을 찾기 어렵다. 여전히 날선 경쟁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에서도 여유를 느낄 수 없다. 통상 정권 출범 뒤 허니문 기간에는 지지율이 상승하고, 대통령의 웃는 모습도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이 대통령이 활짝 웃는 모습을 언제 보았는지 가물가물할 정도다. 지난 4월 미국 방문 중 웃는 모습(?) 이 거의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웃는 모습을 볼 때 국민들은 안도한다.

1998년 중반부터 정치권과 가까이 지내 왔다.15대 국회 하반기부터다. 당시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이었다. 여소야대 정국이다 보니 야당의 목소리가 컸다. 그리고 걸핏하면 ‘야당탄압’을 외치며 장외투쟁에 나섰다. 그러나 그들만의 외침으로 끝나곤 했다. 일반 시민들의 호응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웃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야가 죽기살기식으로 정쟁을 했다. 그같은 현상은 17대 국회에서도 이어졌다.2004년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대승을 거뒀지만 국회는 순탄치 못했다. 몸싸움 등으로 유권자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18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웃음으로 만나길 진심으로 바랐다. 얼어붙었던 정치가 눈녹듯 풀리고 민주주의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믿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누구도 탓할 게 없다. 여야가 똑같다.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민심이 전국에서 들끓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남탓만 했다. 여당은 과반의석을 확보하고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뒤늦게 인적쇄신 등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야당 역시 그같은 정서에 편승해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앞으로는 웃음꽃이 활짝 피는 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 그게 바로 ‘촛불민심’이 바라는 바다. 그래서 정치권에 최근 질병치료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웃음요법’을 권장하고 싶다. 이 분야의 최고전문가인 유태우 박사는 “면역력을 높여주는 ‘웃음’은 ‘명약’으로, 박장대소 한 번이면 고가 영양제도 울고 간다.”고 말한다. 영양가 만점인 웃음으로 정치판을 바꿔나가야 한다. 김수환 추기경도 얼마 전 웃으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면에 웃음을 띠고 귀가하는 국회의원 엄마를 보고 싶어하는 게 어디 아들뿐이랴.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2008-07-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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