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도 로스쿨로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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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 기자
수정 2008-07-15 00:00
입력 2008-07-15 00:00
내년부터 문을 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의사 출신 지원자가 몰리면서 의사들의 로스쿨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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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발표한 로스쿨 진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 원서접수 결과, 전체 지원자 1만 960명 가운데 의사가 220명(2%)을 차지했다.

이는 약사 출신 지원자 120명(1.1%)의 2배 가까운 수치로 의사들의 로스쿨행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내년 로스쿨 입학 경쟁률은 5.48대1에 그쳐 매년 200명을 웃도는 의사들이 변호사로 변신할 것이란 때이른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의사들의 로스쿨행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다. 우선 미국처럼 의사와 변호사를 오가며 한층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리려는 의사들의 ‘사회적 욕구’ 분출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서울 사립대학병원 레지던트 A(31)씨의 경우, 의대를 졸업하고 힘든 인턴·레지던트 생활을 이어오며 최근 LEET에 지원했다. 일과 후 틈틈이 교재를 보며 독학하는 그는 힘들 때마다 의학전문변호사로 일하는 의사 선배들을 떠올린다.“그동안 의학전문변호사를 꿈꿔왔지만 사시에 도전하는 리스크가 많아 포기한 상태였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로스쿨에 입학하는 의사를 대상으로 3년 동안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지원자가 20명이나 몰린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의협측은 “의과대학 본과 4학년생을 비롯해 공보의, 전공의 등 젊은층이 가장 많이 지원했는데 개원의인 중년층도 섞여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의사들이 로스쿨에 몰리는 것은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생존전략의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한 의대 교수는 “이들은 졸업 뒤 의사가 아닌 의학전문변호사로 직업전환을 꾀하고 있다.”면서 “개원을 해도 불안정한 의료현실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매년 3000여명씩 배출되는 의사 가운데 앞으로 200명(6.7%) 이상이 법조계로 전직하는 셈이다. 실제로 중소병원 내과 봉직의로 일하는 B(34)씨는 “의사가 되기 전 법대 진학을 꿈꿨다.”면서 “주변 변호사 친구들을 보면서 한번 도전해 볼까 고민하다가 지원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 한 의료전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의사 10명 중 7명이 ‘로스쿨에 입학하면 의협의 등록금 지원제도를 활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직능별로는 병원에 근무하는 봉직의(78.2%)와 개원의(70.3%)가 로스쿨 지원에 긍정적이었다. 한 로스쿨학원 관계자는 “사법시험이 불과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합격자를 배출하던 시절에는 의사가 사시에 합격하면 희소성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많은 의사들이 로스쿨 도입과 함께 법조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 의학전문변호사도 조만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2008-07-1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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