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청빈 그리고 이재(理財) / 윤재근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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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7-14 00:00
입력 2008-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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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근 문학평론가
윤재근 문학평론가
비둘기 마음이 콩밭에 팔리면 하늘에 떠 있는 솔개도 콩밭처럼 보인다. 사람도 사재(私財)에 쏠리면 제 마음을 걸림 없게 못한다. 걸림 없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세상이 제대로 보이는 법이다. 왜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이라 하겠는가? 남산을 하염없이(悠然) 바라보아야(見) 남산이 제대로 보이지, 남산을 재물로 여기고 남산을 바라보면 남산은 간데없고 금덩이로 보이기 시작한다.

남들보다 남산을 금덩이로 더 잘 볼 줄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축재하는 사업(私業)에 종사하는 편이 낫다. 이재(理財)에 밝은 사람이 정치나 공직에 몸담게 되면 탈 나기 쉽다. 이재가 밝으니까 공무에도 밝으리라 여기고 일을 맡겼다간 맡긴 쪽이 낭패 보기 십상이다.

이재에 밝은 사람은 결코 청빈(淸貧)할 리 없다. 그런 사람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이재의 총명함을 발휘하지 남을 위해서 결코 그런 재능을 발휘하지 않는 까닭이다. 이런 연유로 이재에 밝은 사람일수록 스스로 알아서 공직을 멀리해야 수모(受侮)를 피해 갈 수 있다.

본래 세상은 두 손에 떡을 쥐게 하지 않는다. 한 손에 떡을 쥐었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지 빈 손에 또 다른 떡을 쥐려고 해선 안 된다. 하물며 한 손에 부를 쥐고서 다른 손으로 권력을 쥐려고 하면 부나비 꼴이 되기 쉬운 법이다. 요새는 누구나 부를 차지하고자 소용돌이치는 수라장을 마다하지 않으니, 차라리 부를 많이 차지한 사람일수록 박힌 돌멩이처럼 자신의 이재를 발휘해 부를 축적해 가는 재미로 살아가는 편이 훨씬 낫지 싶다. 부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장자(莊子)가 간명하게 답해두었다.“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많이 가짐을 부라고 한다.” 그래서 세상은 이재에 밝은 부자한테 눈길이 곱지 못하다.

왜예부터 출사(出仕)하려면 먼저 청빈해라 했겠는가. 청빈은 너도나도 우리 모두 부자 되지 말고 가난뱅이 되자는 말이 아니다. 남들이 모두 부자가 되고 나서 맨 뒤로 나도 부자가 되면 된다는 대부(大富)의 마음이 청빈이다. 이재에 밝아 남들이 갖지 못한 부를 많이 갖자면 대부일 수는 없고 수부(守富)일 수밖에 없다. 수부가 지나치면 졸부(猝富)가 되는 법이다. 부의 불림을 노리고 사고팔기에 능한 이재로써는 기업(企業) 하나도 운영 못 한다. 하물며 그런 이재가 어찌 공직을 잘 수행할 것인가. 정말로 이재에 밝은 사람은 ‘맑은(淸) 가난(貧)’의 참뜻을 헤아리지 못해 제 것이 아니면 돌볼 줄 모른다.

권부의 핵심에 있을 사람일수록 청빈의 삶을 즐겼는지 모질게 점검받아야 마땅하다. 이런 점을 아차 해버린 탓으로 현정부가 첫발을 얄밉게 디뎌 백성의 눈총을 받게 된 셈이다. 청빈의 청(淸)이란 맑음이다. 맑음(淸)은 곧 밝음(明)이니 청명(淸明)한 마음이라야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참뜻을 살펴 헤아린다.

백성의 삶(公)을 먼저하고(先) 자신의 삶(私)을 뒤로하는(後) 청빈의 덕풍(德風)이 권부에서 인다면 세파(世波)의 ‘쓰나미’도 잠재울 수 있는 일이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한들 청빈한 공복 앞에선 누구이든 고개를 숙이고 따르게 마련이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 하지 않는가. 권부의 모두가 청빈할 수는 없다. 거기서 몇몇만 청빈해도 눈부시지 않게 비춰주는 달빛같이 세상을 살맛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너도나도 부자가 되겠노라 발버둥치는 세상이라 한들 한발 물러나 청빈의 낚싯대를 세상에 걸어두는 인재가 없으란 법은 없다.

풀밭에도 드러난 꽃들 뒤에는 숨은 꽃들이 있게 마련이다. 청빈한 사람은 숨은 들꽃처럼 드러나지 않는 것뿐이므로 권부의 수장일수록 낮에도 등불을 켜들고 청빈한 사람을 찾아 나서야 한다.

윤재근 문학평론가
2008-07-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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