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발품 들인 국토백과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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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환 기자
수정 2008-07-11 00:00
입력 2008-07-11 00:00

여행문학 작가 박태순 ‘나의 국토 나의 산하’ 출간

1964년 ‘사상계’ 신인문학상 수상과 함께 등단한 소설가 박태순(66)은 타고난 여행문학 작가이다. 국토기행(紀行) 문집으로 ‘작가 기행’ ‘국토와 민중’ 등을 펴냈고, 역사인물기행 ‘인간과 역사’, 한국기층문화 기행 ‘사상의 고향’ 등을 발표했다.1991년에는 서울신문에 중국기행 ‘신 열하일기’를 연재했다. 작가들에게 여행은 사실 떼내버리기 힘든 몸속의 장기 같은 것이긴 하지만 도대체가 그의 타고난 여행벽은 세월의 무게조차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직까지 왕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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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길의 고즈넉함이 그대로 살아있는 1970년대 초의 천안삼거리(왼쪽)와 오늘날의 천안삼거리.
옛길의 고즈넉함이 그대로 살아있는 1970년대 초의 천안삼거리(왼쪽)와 오늘날의 천안삼거리.
인문지리·사회상·인물 등 아울러

작가는 3년 전 또다시 배낭과 펜을 챙겨들고 나섰다. 이번에야말로 국토문화대계, 국토백과전서라고 할 만한 살아 움직이는 국토인문학의 결과물을 내놓자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발벗고 길에 나서는 일’과 ‘문닫고 글과 씨름을 벌이는 작업’에 꼬박 3년 동안 외곬으로 매달렸다.

최근 출간된 ‘나의 국토 나의 산하’(전3권, 한길사 펴냄)에는 이처럼 그가 발벗고 길에 나서서 찾아낸 우리 국토 39군데의 진면목이 고스란히 실려 있다. 작가의 기존 기행문집과 마찬가지로 자연예찬이나 주관적인 감상문 형태의 여행기와는 사뭇 다르다. 국토의 인문지리와 사회변동 양상, 그 역사속의 인물과 문학까지 아우르는 일종의 국토백과전서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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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태순
작가 박태순
“백두산은 오늘의 한국인들에게 과연 무엇일까. 앞전도 아닌 뒷전에서 알현하는 송구스러움을 뭐라 여쭐지 참으로 민망하다. 이육사의 ‘광야’를 떠올리며 나는 고개를 숙인다.‘모든 산맥들이/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나는 초라하고 남루하며 궁색하다.…시인은 나를 꾸짖는다. 너는 이 산을 오른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실인즉 범하고 있는 게 아닌지 느끼기나 해보는가.”(제1권 113∼114쪽,‘거대한 뿌리 백두산’ 가운데)

기행문들은 성격에 따라 세 권에 나뉘어 수록돼 있다.‘나의 국토인문지리지’라는 부제가 붙은 1권은 청계천, 백두산, 지리산, 임진강 등을 탐방한 내용을 토대로 거대담론으로서의 ‘서사국토’를 담고 있다.

“오오 거리는 나의 모든 설움이다”로 마무리되는 김수영의 시 ‘거리’를 텍스트 삼아 청계천을 산책한 작가는 도시화(복개)와 역도시화(복원)를 거듭한 ‘천변풍경’을 보여주면서 그 안의 사람들을 ‘고독한 군중’으로 명명했다.

지리산 등 39곳 진면목 재발견

2권 ‘시인의 마음으로’에서는 국토가 들려주는 미시담론을 알록달록 색깔있게 들려주고 있다.‘무진기행’ 등의 문학작품이나 옛 선비들의 문예기행을 뒤좇아 국토의 동남해안-중남해안-서남해안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순례기행에서는 우리 국토의 맛깔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마지막 3권 ‘인간의 길 시대의 풍경’에서는 동해안 종단기행과 중부내륙 횡단기행의 두 코스를 따라가며 길에서 건져 올린 인간과 시대, 길과 풍경에 대한 생각들을 담았다.

작가는 종횡무진 발품을 판 이번 국토기행에서 과연 새로운 무엇을 발견했을까. 작가는 “국토 언어는 기본적으로 희망의 언어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국토체험의 의미를 ‘부드러운 국토의 발견’으로 요약했다.

국토를 알면 알수록 자신의 인생이 충실해지고 생활이 넓어진다는 작가는 도시문학, 농촌문학, 향토문학, 역사문학이 있는 것처럼 ‘국토문학’이 당연히 있어야 하고, 이번 작업은 ‘국토기행문학’의 형태일 수 있다고 했다.

책 속에는 ‘장승’ ‘초가’ 등 민속적 피사체에 천착한 베테탕 사진작가 황헌만씨가 작가와 함께 다니며 촬영한 국토사진들이 함께 수록돼 있다. 각권 1만 8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2008-07-1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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