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짝제땐 1주에 2~3번 지하철로”
장세훈 기자
수정 2008-07-11 00:00
입력 2008-07-11 00:00
원세훈 장관 출근 동행기
오는 15일부터 ‘공공부문 승용차 홀짝제’가 시행되면 다른 부처 장관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10일 원 장관 자택을 기습 방문, 출근 시간에 함께 지하철을 탔다.
오전 7시를 조금 넘긴 시간, 지하철 4호선 사당역. 플랫폼으로 들어온 전동차에 타려는 순간, 원 장관이 팔소매를 잡았다. 그는 “다음에 빈 차가 온다. 조금 기다리면 앉아 갈 수 있다.”는 솔깃한 말을 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사당역은 4호선의 중간역이자 종착역이라, 시간표를 꿰고 있으면 누구나 안다는 것.
●타 부처에도 영향 줄듯
원 장관은 뛰어난 ‘위치 선정’능력도 보여줬다. 충무로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이동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소, 목적지인 경북궁역에서 내려 중앙청사로 연결되는 출구가 가까운 장소를 콕콕 집어냈다.
원 장관은 “생활습관이 중요한데, 퇴임 이후에는 운전기사를 쓸 여력이 안 되기 때문에 나름의 연습을 하는 것”이라면서 “홀짝제가 시행되면 일주일에 2∼3일은 지하철로 출·퇴근할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동안 애용했던 대중교통이 장관이 된 이후 편하지만은 않다고 한다. 그는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었고, 지나치게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 때문에 머쓱할 때도 많다.”면서 “웃어주면 이미지 관리한다는 소리 들을까봐 그냥 가만히 있는다.”고 겸연쩍어했다.
●“집에 에어컨 없어”
화제를 집으로 돌렸다. 원 장관 집에는 에어컨이 없다고 한다. 원 장관은 “해마다 에어컨 구입을 망설이는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옷을 편하게 입으면 선풍기로 충분하고, 그래도 더우면 샤워 한번 더 하면 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집에서 옷차림은 당연히 반바지에 러닝 차림이라고 한다.
원 장관의 절약정신은 ‘이벤트성’이 아니다. 최근 미국에 2박4일 일정으로 출장을 갔을 때 경비를 줄이기 위해 수행비서를 남겨두고 떠났고, 귀국 후 현지에서 아낀 경비 1048달러를 반납했다. 또 충북 현지방문 과정에서는 관용차 대신 내려갈 때는 열차, 올라올 때는 고속버스를 이용했다.
“장관이 왜 그렇게 힘들 게 사십니까.”라고 대놓고 물었다.
원 장관은 “정말 이럴 필요가 있느냐, 그럼 내가 왜 이 자리에 앉아 있느냐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나를 위한 자리는 아니다. 내가 아니래도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열심히 해야 한다.‘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은 개인만 생각할 뿐, 조직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원들을 잘 만나주지 않고, 깐깐한 일처리 때문에 어려워 하던데요.”라고 물은 뒤 표정을 살폈다.
그는 “대면결재는 가급적 받지 않는다. 결재받기 위해 줄 서는 건 나도 하기 싫었던 일이다. 공무원에게 남는 건 말이 아니라 문서다.”라고 말했다. 좀 뜸을 들인 뒤 “그래도 나한테 불려오는 사람 많아요.”라고 항변했다. 7시50분 집무실에 도착했다. 콧잔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기자와 달리 원 장관은 가뿐하게 양복 상의를 벗으며 일과를 시작했다.
글 사진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2008-07-1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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