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만 받는 내가 남을 도울 수 있으니 행복”
최치봉 기자
수정 2008-06-16 00:00
입력 2008-06-16 00:00
20년동안 233회 헌혈한 시각장애인 김병식씨
지난 11일로 233번째 헌혈을 한 시각장애인 1급 김병식(64·광주 서구 상무동)씨는 자주 헌혈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전했다.
김씨는 1978년 사고로 아내와 셋째 아들을 잃고 시름에 빠져 몇년 동안 술로만 지냈다. 평소 좋지 않던 시력이 급격히 나빠졌고, 결국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 1급 판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성당에서 신앙 생활을 하면서 점차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은 김씨는 1988년 성당 앞에서 헌혈버스를 보고 처음 헌혈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자로서 자신이 보람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헌혈 봉사를 하게 됐다.”는 김씨에게 이제 헌혈은 삶의 일부가 됐다.
시각장애인 김씨가 헌혈을 하러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하다. 광주 동구 충장로에 있는 헌혈의 집까지 가는데 택시를 타면 1시간 이상 걸린다. 자주 다니던 길인데도 새롭게 느껴져 가끔은 헤매다가 2∼3시간씩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도 김씨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
김씨는 15일 “눈을 제외하고 신체의 다른 부분은 무척 건강하기 때문에 내 혈액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줄 수 있다.”면서 “헌혈 가능 연령인 65세가 될 때까지 헌혈을 계속하고 이후에는 다른 봉사의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2008-06-1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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