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박근혜 총리’카드 버리지 말라/ 함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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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6-14 00:00
입력 2008-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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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 논설위원
함혜리 논설위원
촛불민심 달래기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인사에서 대통령실장과 국무총리를 교체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면 쇄신이라는 말에 걸맞게 새 총리는 ‘새 출발’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 바람직하다. 난국 타개를 위해 정치적 영향력과 함께 대중적 지지도 받아야 한다. 지난 10일 내각의 일괄 사의 표명 직후 여권 일각에서 급부상했던 ‘박근혜 총리론’이 설득력을 얻었던 이유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어제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를 총리로 임명하는 데에 50.6%가 찬성했을 정도로 일반 여론도 ‘박근혜 총리’를 선호한다.

그런데 ‘박근혜 총리론’이 급격히 가라앉는 분위기다.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는 ‘유효한 카드’라는 당초의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나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박 전대표 측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총리직을 정식 제의받은 적이 없다.”면서 설사 제의하더라도 수락할 생각이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물론 여러가지 정치적 고려에 따른 판단으로 짐작된다. 각자의 유·불리를 따져 본 결과 없던 일로 하는 게 오히려 이익이라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두 사람 사이 깊게 파인 감정의 골도 여전히 치유가 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를 떠나 이번이야말로 이 대통령이 ‘박근혜 총리’ 카드를 쓸 적기라고 본다.

박근혜 전 대표가 총리로 나서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는 소통부재인 당·정·청의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다.50여명의 국회의원을 거느린 박 전 대표가 총리로 나서면 이 대통령은 당내 지지기반 확보로 안정적인 국정을 도모할 수 있다. 박근혜 총리론은 여권 화합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박근혜 총리론은 한나라당내 친이·친박 분란을 비롯한 여권내 권력 다툼이 해소됐다는 것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원칙과 애국을 트레이드마크로 삼는 박 전 대표라면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 마지막 이유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서 위기상황을 수수방관한다는 것은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요동치는 정국에서 총리직을 맡는 것이 정치적 리스크가 큰 모험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위기타개책으로 한번 쓰고 버리는 카드가 될지언정 잃을 것은 없다고 본다. 더구나 차기 대권을 꿈꾸는 본인에게 행정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구정물에 손을 담그고 온몸을 던져 국정을 돌본다면 고고한 ‘근혜공주’의 이미지를 깰 절호의 찬스가 될 수 있다.

다만 박근혜 총리론은 책임총리 이상의 권한을 전제로 한다. 현재와 같이 ‘자원외교’나 하면서 외곽으로 도는 그런 총리는 의미가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책임 총리제를 강화해 각 부처의 정책 조정기능을 국무총리에게 줘야 한다. 따라서 이 대통령에게는 권력을 나눠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남은 5년 순탄하게 국정을 수행하려면 이 대통령은 빨리 권력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아직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너무 많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에서 촉발된 촛불집회가 정권퇴진 운동으로까지 치닫는 상황이다.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 뻔히 보이는 승부수를 외면해선 안 된다. 문제의 원인이 이 대통령 본인에게 있었듯이 해결의 열쇠 또한 본인이 쥐고 있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8-06-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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