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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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규 기자
수정 2008-06-10 00:00
입력 2008-06-10 00:00

페더러, 이기려고 전술 바꾸면 또 져

남자프로테니스(WTA) 세계 1위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3년 연속 롤랑가로 결승 코트에서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에 무릎을 꿇었다. 지금까지 나달을 상대로 한 전적도 6승11패로 약세를 보였다. 더욱이 1승9패로 완벽한 열세를 보이는 클레이코트는 페더러에겐 ‘무덤’이나 다름없다. 페더러의 변명은 무엇일까.

그가 나달과의 경기에서 패할 때면 늘 받는 질문 하나.“과연 나달을 이길 수 있느냐.”다. 그때마다 페더러는 “점점 더 (승리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사실 페더러는 지난해부터 나달에 대한 공격 패턴을 자신의 주무기인 백핸드 공격에 ‘다운 더 라인’(사이드 라인에 떨구는 직선공격)을 접목했다. 왼손잡이인 나달의 백핸드 약점을 노린 것이다.

그러나 페더러는 자신의 전술을 간파한 나달에 또 뒤통수를 맞았다. 올해 결승에서 나달은 한동안 수비 위주였던 자신의 백핸드를 보다 공격적으로 바꾸고, 때로는 재빨리 돌아선 뒤 포핸드로 맞받아쳐 페더러를 당황케 했다.

더 큰 패착은 ‘나달 극복’에 대한 히스테리성 반응이다. 페더러는 ATP 투어 통산 16승 가운데 15승을 클레이코트에서 일궈낸 호세 히구에라스(55)를 코치로 영입했지만 나달의 벽을 넘는 데 또 실패했다. 자신만의 플레이를 창조하는 대신 나달의 플레이에 너무 연연하다 보니 그만 ‘동화’되고 만 것이다.

반면 나달의 코치는 “페더러를 이기는 것보다는 대회 4연패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정도로 ‘멘탈’에서 확실하게 앞서 있음을 암시했고, 나달은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퍼펙트승’을 거뒀다.

올해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윔블던을 2주 앞으로 남긴 지금 페더러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끝없이 진화하고 있는 나달은 이제 ‘흙의 신’의 경지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잔디 코트에서도 페더러가 나달의 ‘망령’에서 헤어나지 못할 경우 윔블던 6연패는 자칫 ‘한여름밤의 꿈’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2008-06-1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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