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나이스샷] LPGA ‘1승’ 그립다
수정 2008-05-28 00:00
입력 2008-05-28 00:00
“한국 선수들의 부진은 오초아의 독주와 길어진 코스 때문”이라고 혹자는 말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세계 골프’에 부응하지 못하고 ‘한국적 골프’에 머물고 있다는 데 있다. 한국 선수들은 오로지 훈련에만 열중한다. 물론 골프선수에게 훈련 만큼 좋은 효과를 내는 건 없다. 그러나 슬럼프가 오거나 난관에 닥쳤을 때 이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건 바로 정신적인 성숙이다.
지금까지 LPGA에서 한국 선수들이 거둬들인 64승의 놀라운 수확은 연습벌레 소리를 들으며 훈련에 열중한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언어와 문화 익히기, 그리고 룰 공부엔 소홀함이 있다는 게 미국 전문가들의 평가다. 안니카 소렌스탐과 필 미켈슨 등 당대의 스타들은 한결같이 “골프를 이기려 하지 말고 즐기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골프를 즐기기보다는 최종 목표로 생각한다. 목표가 실현된 그 다음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 한국 선수들에겐 골프에 대한 새로운 인식, 그리고 새로운 행동 양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1998년 IMF가 한창이던 그때 박세리의 맨발의 투혼으로 대표되던 US여자오픈 정상은 감동 그 이상이었다. 그는 한국골프의 무서운 잠재력을 전 세계에 알리며 국민들로 하여금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게 했다. 그 후 꼭 10년. 영웅은 항상 난세에 태어나는 법이다. 누가 알 껍질을 먼저 깨고 나올까.
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2008-05-2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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