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문화제 ‘문친의 힘’
장형우 기자
수정 2008-05-28 00:00
입력 2008-05-28 00:00
10대들 인간네트워크로 유행… 집회 참여 독려에 위력
지난 25일 청계천 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서울 B여중 김모(15)양은 “30여명의 문친이 있다.”면서 “문친을 통해 광우병에 관심을 갖게 됐고, 나도 다른 문친에게 청계천으로 가자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서는 문친들에게 행사 상황을 문자메시지로 전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최근 경찰에 입건된 ‘5·17휴교시위’ 문자메시지의 최초 발신자인 한 재수생이 보낸 메시지가 30분 만에 전국에 퍼진 것은 문친의 위력 때문이다.10대의 문자친구망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데다 이들의 메시지 작성 속도도 빨라 ‘5·17휴교시위’의 파급 범위와 속도를 키웠다. 서울 A중 최모(14)양은 “지난 4일 점심시간에 식당에 있던 대부분의 친구가 거의 동시에 문친들에게 휴교시위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10대의 새로운 인간관계 네트워크로 주목받고 있는 문친은 말 그대로 인터넷 등을 통해 만난 사람과 문자메시지만 주고 받는 관계를 말한다. 서로의 얼굴이 궁금하면 휴대전화의 카메라 기능을 이용해 이른바 ‘인증샷(자신의 얼굴을 찍은 휴대전화 사진)’을 보낸다.
문친은 주로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생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한창 사춘기인 이들은 주위에 말하지 못하는 고민과 어려움을 문친들에게 털어 놓기도 한다.
서울 C중 수학교사인 김모(27·여)씨는 “한 학급에 절반 이상의 학생이 문친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다.”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사춘기에 문자메시지를 통해서라도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 의정부의 한 중학교 교사인 정모(32·여)씨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도 교사 눈치를 보면서 휴대전화만 붙들고 있다 보니 수업 집중도가 떨어진다.”면서 “한 학부모는 자녀의 휴대전화 요금이 20만원을 넘었다며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자메시지로만 10만원이 넘는 휴대전화 요금이 청구됐다는 심모(15·중3)양은 “휴일에는 문자메시지 발송건수가 300통이 넘는다.”면서 “하루 평균 100통 이상은 보내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문친의 수가 많은 것이 자랑처럼 여겨지기도 해 아예 사이월드 ‘미니홈피’나 네이버 ‘블로그’ 등의 인터넷 주소를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로 설정한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이강신 개인정보보호기획팀장은 “스스로 원해서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누군가 이를 악용할 위험성이 있다.”면서 “휴대전화번호 같은 중요한 개인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2008-05-2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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