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말한다] 경성상계/생각의나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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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5-23 00:00
입력 2008-05-23 00:00

한국근대자본의 흥망성쇠 그려

몇 해 전, 나는 어느 경영 전문지에 매월 다큐멘터리톨 원고 게재하고 있었다. 수년 전부터 자료를 찾아내고 준비한 끝에 비로소 착수한 작업은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가 박승직(朴承稷·1864∼1950)을 조명한 것이었다.

그 이듬해부터는 그를 모델로 한 대하소설도 쓰기 시작했다. 그는 물론 그가 살았던 혼란스러운 조선왕조 말기와 근대의 흥미진진한 시대 풍경을 대하소설이라는 유장한 이야기 속에 본격적으로 담기 시작하면서, 내 딴에는 아직 누구도 가보지 못한 우리 경영사(經營史)의 테두리까지 접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꼭 2년 뒤, 나는 중도에서 원고 집필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목표로 한 7권 분량 중 네 번째 권에서 그만 예상치 못한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고야 말았다. 우리 경영사의 테두리까지 접근하고, 또 거기까지 도달하려면 그보다 먼저 넘어야 할 장벽들이 도처에 적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의문의 장벽들은 처음에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조금도 나타나지 않았었다.

결국 나는 속절없이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곤 처음으로 겪게 되는 좌절의 내면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서둘러 그러한 의문의 장벽들을 통과하기 위한 다음 작업에 몰입해야만 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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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경성상계’는 우리 경영사의 선사시대와 역사시대의 경계, 그러나 상계도 문법도 엄연히 존재했던,500년 조선왕조의 허무한 몰락에 이은 가혹한 외세의 식민지배와 함께 우리가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물밀듯이 밀려들어온 근대화의 경이, 그리고 1945년 8·15 해방 전후까지 숨가쁘게 관통해야 했던 근대사의 정점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그 반세기 동안의 생생한 기록이다.

거대한 강물이 언제나 그 첫 샘물의 자취를 지우고 말듯이 지금은 스러져 자취마저 지워진 한국 근대 자본 형성의 과정과 그 흥망성쇠를 돌아보았다.

아직 누구도 가보지 못한 우리 경영사의 테두리까지 도달하는 데 맨먼저 통과해야만 할 시끌벅적한 텍스트에 대한 이야기라고 단언할 수 있다.

박상하 소설가
2008-05-2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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