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 속 인간의 숨결 느끼기
황수정 기자
수정 2008-05-23 00:00
입력 2008-05-23 00:00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
이집트 투탕카멘왕의 미라 앞에서 누군가 흥분을 이기지 못한 채 쏟아낸 기록이다. 그런데 재바른 독자라면 이 짧은 글에서 색다른 묘미를 간파할 것이다. 고고학적 성가를 학문의 잣대로만 뒤적이는 게 아니라 오랜 역사의 현장에서 인간의 면모를 건져올리려는 시도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학문의 주체가 결국 인간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새삼 깨우쳐 주는 책이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스티븐 버트먼 지음, 김석희 옮김, 루비박스 펴냄)이다.
저명 문화사학자이자 캐나다 윈저대 교수인 지은이는 ‘학문의 낭만’을 웅변하느라 여념이 없다. 저자에게 고고학은 학문의 한 방편이 아니라 인간의 얼굴을 대면할 수 있는 또 다른 거울인 셈이다.
예컨대 베수비오 화산이 휩쓴 폼페이 최후의 순간도 ‘낭만 고고학’을 설파하는 저자의 펜 끝에선 전혀 다른 질감의 감상으로 재구성된다. 서서히 사라져간 대부분의 고대도시들과는 달리 폼페이의 역사는 화산재 속에서 순식간에 멈췄다. 그래서 “발굴현장에 ‘활력’이 넘친다.”는 표현을 쓴 책은 “서기 79년 8월24일, 베수비오 화산의 완만하고 비옥한 비탈에서는 포도송이들이 여름 햇볕에 익어가고 있었다.”는 풍경 스케치까지 동원하며 마치 소설처럼 잿더미에 묻혀버린 고대도시의 원형을 복원한다.
마야의 피라미드, 아스테카 제국, 중국 진시황제의 무덤 등 26가지의 탐험현장을 탐방하며 책은 고대와 근세에 걸친 고고학적 발견들에 의미를 부여한다.
발굴 현장의 먼지 한점도 소홀히 하지 않는 고고학자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은 물론이고 유적지에서 발견된 다양한 유물들, 유물 발견의 순간에 고고학자들이 느끼는 전율 등을 입체적으로 다뤘다.“고고학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책은 “한때 이 지구상에 살았던 사람들의 내력을 찾아내어, 그들에게 깊은 동정을 느끼며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정직하게 서술하는 것”이 고고학이라고 정의했다.1만 58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8-05-23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