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논란 새국면] 식탁문화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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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걸 기자
수정 2008-05-20 00:00
입력 2008-05-20 00:00
주부 김민영(35·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얼마 전 ‘결단’을 내렸다. 식탁에서 쇠고기를 포함해 아예 육고기를 치우기로 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100% 신뢰할 수 없는 데다 국내산과 뒤바뀔 우려마저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불안한 마음에 쇠고기 등을 먹지 않더라도 생선이나 두부 등을 통해 필요한 영양분은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면서 “밖에서 먹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자발적으로 쇠고기 등 육고기를 사 먹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인터넷 공간 등을 넘어 우리 식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쇠고기 등 육류를 먹지 않겠다는 의견과 더불어 아예 채식주의로 돌아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여기에 ‘한우계’ 등 한우 직거래는 물론 생활협동조합 등 안전한 먹거리 창구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최근 먹거리의 ‘위협’에 대응한 가장 큰 변화는 식단을 채식으로 바꾸려는 이들이 늘었다는 점이다.

19일 한국채식연합 등에 따르면 이 단체들 홈페이지 방문객이 종전 하루 2000여명에서 최근 6000여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직장인 이승진(36·경기도 파주시)씨는 “전부터 육고기를 그리 즐기지 않았지만 미국산 쇠고기 협상이 체결된 한달 전부터 고기를 아예 먹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채식주의자들은 종교적인 이유나 건강 문제 등으로 채식을 선택했지만 이제는 보다 안전한 음식을 먹기 위해 채식을 하는 이들이 주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부 김연실(54·경기 성남시 신흥동)씨는 “얼마 전 소와 돼지, 닭 등 가축 사육 환경과 도축 행태를 우연히 알게 된 뒤 고기를 멀리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거래 등 안전한 방식으로 쇠고기를 공급 받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주부 문모(41)씨는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중인 딸 아이가 프라이드 치킨을 좋아하지만 AI의 두려움 때문에 아예 먹이지 않고, 쇠고기 역시 미국 쇠고기가 들어오기 전까지만 일반 정육점에서 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강원도 출신 친구들을 통해 횡성 한우를 직접 받아 먹을 수 있도록 한우계도 알음알음 만들고 있다.”면서 “그전보다 부담은 커지겠지만 덜 먹더라도 믿을 수 있는 음식을 가족들과 먹는 게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직거래를 통해 유기농식품 등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있는 생활협동조합도 미국산 쇠고기의 여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전국 64개 지역 소비자 생협 모인인 한국생협연대가 운영하는 친환경 전문 매장 자연드림은 광우병 파동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달 29일부터 방문객과 매출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 마트보다 20∼30% 정도 비싸지만 그만큼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뜻이다.



생협연대 관계자는 “상품 원산지와 가격 변동, 생산자 이름 등 이력을 소비자에게 자세하게 알리는 등 신뢰도가 높은 만큼 앞으로도 이용 소비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08-05-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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