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무 불신만 키웠다
이두걸 기자
수정 2008-05-17 00:00
입력 2008-05-17 00:00
靑선 “걱정 이해”→ 간담회선 “토론 불필요” 딴말
그러나 구티에레스 장관은 한국민들의 걱정과 의혹을 해결해줄 만한 답변이나 협상카드를 준비해 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미국산 쇠고기의 품질과 안전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민들의 불안감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투로 말하면서 재협상은 없다고 못박았다.
청와대나 정부 또한 강력한 주문을 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때문에 일단 연기된 쇠고기 수입 고시 내용을 고치기는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구티에레스 장관을 접견하고 “한국민들이 광우병 우려를 불식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협조해 철저한 노력을 강구해달라.”고 당부했다. 구티에레스 장관은 “한국 국민이 쇠고기 문제로 불안해하는 상황을 충분히 전달받고 있다.”면서 “(한국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구티에레스 장관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면담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한 한국 내 상황에 대한 이해를 표명하고 “미국 측의 가능한 협조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우호적인 태도는 몇시간도 되지 않아 바뀌었다.
구티에레스 장관은 서울 반포동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국민들이 안전한 식품을 소비할 권리가 있지만 한·미간 쇠고기 협정의 재협상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고 미국인들이 자녀들에게 먹이는 것과 똑같은 쇠고기가 한국에도 수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같은 미국산 쇠고기라도 한국인이 즐겨 먹는 부위가 광우병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에 그는 “한국인들이 쇠고기의 기술적 측면을 놓고 토론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최근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 쇠고기 안전성 논란이 과학적 근거에 입각하지 않은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다수의 국민들이 한·미간 협상 자체의 잘못뿐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를 근본적으로 믿지 못하겠다는 사실을 미 정부가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규정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보다 더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 SRM 수입을 허용, 논란이 증폭되는 시점에서 구티에레스 장관의 이런 발언은 불신만 증폭시키고 있다. 구티에레스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은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는 매우 긍정적인 조치를 단행했다.”면서 “이 결정으로 국제 기준과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 (한국)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게 됐다.”고 한국의 사회 분위기와는 다른 엉뚱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진경호 주현진 이두걸기자 jhj@seoul.co.kr
2008-05-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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