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주권’ 독소조항 개정 신중 검토
이영표 기자
수정 2008-05-16 00:00
입력 2008-05-16 00:00
정부는 우선적으로 ‘별도 보완문서’ 공표를 검토 중이지만, 미국의 ‘협조’를 바탕으로 국민적 비난을 사고 있는 일부 ‘독소 조항’을 뜯어고치는 방안도 신중히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내심 검토하는 방안 중 하나는 미국산 수입위생조건 5항의 부분 수정이다.
지난달 22일 입안예고된 수입위생조건에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 광우병 지위 분류에 부정적 변경을 인정할 경우 한국정부는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광우병 발생 이유만으로는 우리가 수입 중단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는 이 조항에 ‘미국 현지에서 광우병 발생시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문구를 추가로 포함시키거나, 또는 완전히 대체하는 방안이 전혀 불가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미 두 나라가 협정문에 ‘도장을 찍은’ 상태인 만큼 우리가 일방적으로 협상을 무효화하고 수입위생조건 조문을 고칠 수는 없다. 이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으로 통상 마찰 야기에 따른 책임도 우리가 져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동의’가 뒷받침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재협상 형식을 취하지 않더라도 그에 준하는 효력을 나타낼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추가로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만 재협상이 아니다.”라면서 “미국측이 우리의 요구에 ‘OK’를 하면 그것이 협상의 효력을 발휘해 수입위생조건 문구를 수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수입위생조건 수정이 보완책의 검토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재협상을 통해 수입위생조건을 재개정하면 추가로 20일간의 입안예고 절차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면서 “하지만 입안예고기간 동안 들어온 330개 국민 의견 중 ‘광우병 발생시 수입 중단’제안을 수입위생조건 5항에 반영하는 형식을 취하고, 이를 미국이 인정하면 예정대로 이달 말 확정 고시를 할 수 있어 수입 지체에 대한 미국측 우려도 걱정할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 b항의 규정에 따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곧바로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문구도 수입위생조건 또는 별도 보완문서에 포함시키는 게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통해 이같은 우리측의 권리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본질적 내용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 우리 정부의 재협상, 수입위생조건 재개정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다만 정부는 ‘보완문서’ 작성은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악화된 민심을 달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통관을 합의대로 이행하기 위한 보완 문서 작성 추진은 미국도 무리한 요구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2008-05-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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