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안전 먹거리 선별 노하우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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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규 기자
수정 2008-05-07 00:00
입력 2008-05-07 00:00

동물들 “내 먹이는 내가 점검한다”

동물의 먹성을 보고 있으면 영악함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저 주는 대로 받아먹을 것 같은 동물원 동물들도 건강을 위해 제 먹거리는 철저히 점검하기 때문이다.

쇠고기 수입 협상과 관련,‘검역 주권’논란에 빠진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물개도 어두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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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관에 사는 물범이나 바다사자는 생선 맛을 구별하는데 귀신이다. 고등어부터 꽁치, 동태, 이면수까지 바다에서 나는 모든 생선은 거의 다 먹지만 메뉴별로 호불호가 분명하다. 가장 좋아하는 생선은 싱싱한 이면수.

그 중 6시간 넘게 서서히 해동한 것을 최고로 치는데 좋아하는 것을 먹을 땐 자세부터 다르다. 매일 밥을 먹는 한국 사람이 쌀의 질을 바로 알아차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두일미(魚頭一味)일까. 녀석들은 반드시 머리부터 먹는다. 최재덕 사육사는 “여럿이 싸우듯 경쟁해 급히 삼켜야 할 때를 빼면 생선 머리부터 먹는다.”면서 “꼬리를 물었을 땐 살짝 돌려 머리부터 삼키는 기술이 거의 예술”이라고 감탄했다.

사실 이런 습관은 맛보다는 먹이가 멀쩡한지 확인하려는 본능이라고 한다. 상하기 쉬운 앞부분(머리)부터 맛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삼키기 쉽다는 이유도 있다.

고혈압 방지용 양파 먹는 기린

아프리카 코끼리 리카(♂·30)는 건초덩어리를 물에 말아먹는 습성이 있다. 야외 사육장에 건초를 풀어두면 녀석은 꼭 한 덩어리를 코로 짚어 풀장 속에 담가뒀다가 조금씩 뜯어먹는다. 사람이 몇 숟갈을 남기고 물에 말아 먹는 걸 보는 듯해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오는데, 풀장이 금방 더러워져서 사육사들은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리카의 버릇은 나름 이유가 있다. 박광식 사육사는 “물을 적시면 탈 없이 삼키기 좋고 건초 속에 숨어있는 먼지 등도 깨끗이 털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모습은 유인원 사이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일본원숭이 등은 동그랗고 딱딱한 전용사료를 물에 불리거나 씻어먹는다. 역시 먹이를 되도록 깨끗하고 소화하기 편하게 만들려는 습성으로 보인다.

기린은 건강식을 잘 참고 먹는다. 먹기 힘든 건강식은 매일 1개씩 공급되는 양파. 목이 긴 기린은 신체구조상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에 취약한 탓에 동물원은 몇 년 전부터 건강식으로 양파를 공급하고 있다. 물론 야생에서는 전혀 먹어보지 못한 채소다.

동물원 관계자는 “톡 쏘고 매운맛을 어떻게 참아내고 먹을까 궁금했지만 용케 남김없이 먹어주니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8-05-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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