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후 주석의 訪日을 주목하는 이유/박홍기 도쿄특파원
수정 2008-05-03 00:00
입력 2008-05-03 00:00
후 주석의 방일은 ‘꽃을 피우는 여행’으로 비쳐지고 있다. 후 주석은 지난해 12월 양국의 전략적 호혜관계를 한층 띄우려는 듯 “봄날, 꽃이 피는 시기에”라며 일본 방문을 약속했던 연유에서다.2006년 10월 아베 신조 총리의 방중은 ‘얼음을 깨는 여행’,2007년 4월 원자바오 총리의 방일은 ‘얼음을 녹이는 여행’으로 자리매김했다.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지난해 12월 중국을 찾아 올해를 ‘일·중 도약의 해’로 천명했다. 얼음이 녹아 없어진 터에 꽃을 심고 피우겠다는 게 양국의 전략이다.
후 주석의 방일에 순풍만 불 것 같지는 않다. 중국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복잡다단하다. 티베트 사태의 강경 대처에 따른 베이징 올림픽의 성화 봉송과정에서 일어난 혼란, 중화주의를 부르짖는 애국주의 등은 국제적으로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무서운 나라’라는 인상도 심어 줬다. 일본의 눈길도 그다지 따뜻하진 않다. 불신과 불만이 강하다. 중국산 농약만두 파동이나 동중국해 가스전 공동개발 등 현안에 대한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 탓이다. 자연스럽게 “후 주석의 방일 시점이 좋지 않다.”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초점은 후 주석의 일본에서의 행보에 맞춰지고 있다. 일본과의 전략적 호혜관계 강화는 정해진 수순이다. 양국의 ‘공동 문서’ 작성도 예정돼 있다. 후 주석은 ‘부드러운 중국, 개방적인 중국’을 내세울 것 같다. 탁구를 치고, 사찰 호류지를 찾고, 중국의 국부 쑨원이 다녔던 식당에 들르는 것도 잘 짜여진 ‘이벤트’임에 틀림없다. 아사바 유키 야마구치 현립대 교수는 “일본 국민들의 정서를 다독일 수 있는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지구온난화 대책에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국제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또 지난달 30일 숨진 우에노 공원의 판다 ‘링링’을 대신할 판다 선물의 구상도 흘러나올 법하다. 일본을 포함, 세계를 향한 손짓이다. 눈앞에 닥친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라도 국제 사회의 협조가 절실한 까닭에서다. 후쿠다 총리에게 후 주석의 방일은 정치적 호재다.20%선도 위협받고 있는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한 기회로 삼을 판이다. 중국 중시 외교를 펴는 후쿠다 총리로서는 당연하다. 후 주석과 공식 만찬 외에 음식점에서 개인적인 만남도 갖고 중국과의 인연을 한껏 뽐낼 작정이다. 하지만 티베트 사태 등의 ‘민감한 현안’을 확실하게 짚고 가야 한다. 외교가의 일각에선 “후쿠다 총리는 후 주석에게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궁지에 몰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후 주석의 방일 핵심은 티베트 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메시지를 밝힐지 여부다.‘내정 간섭’이라는 티베트 사태의 대응 원칙은 접은 뒤 인권 개선을 약속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재집권 이후 후 주석의 첫 외유가 중·일 양국을 넘어 세계를 겨냥,‘꽃을 피우는 여행’이 될 수 있다. 세계의 시선이 후 주석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홍기 도쿄특파원 hkpark@seoul.co.kr
2008-05-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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