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들 알뜰해졌다
이순녀 기자
수정 2008-04-29 00:00
입력 2008-04-29 00:00
클리블랜드주 전화회사 직원인 메리 그레고리(52)는 요사이 줄곧 칠면조 고기를 먹고 있다. 그녀는 “평소 일주일에 한번꼴로 사 먹던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비교적 값이 저렴한 칠면조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가계부의 압박 탓이다.
바뀐 건 음식 메뉴만이 아니다. 고급 호텔을 이용했던 사람들은 한 등급 낮은 모텔로 발길을 돌리고, 명품 의류를 찾던 소비자들은 저가 브랜드에 만족하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에 따른 경기침체와 고유가, 식료품값 급등이라는 이중·삼중고에 시달리는 미국인들이 불경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육지책을 짜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스, 집세, 전기료 등 가계 지출비용은 큰 폭으로 느는 데 비해 경기하강으로 월급 상승률은 저하되고 실업자는 늘면서 미국인들이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있다. 소매업계 전문가인 버트 플리킹거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에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가정의 긴축 재정 실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마스터카드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인들의 여성의류 구입비용은 전년 동기에 비해 4.9% 줄었다. 가구는 3.1%, 사치품은 1.3%, 항공권 구입비용은 1.1% 감소했다. 도미노피자 등 외식업체의 주문은 줄어든 반면 대형마트의 땅콩버터와 스파게티 판매량은 늘었다. 레스토랑에서 술을 주문하는 고객도 지난해 여름 42%에서 지난달 31%로 줄었다. 마스터카드 조사분석 부사장인 마이클 맥나마라는 “소비자들이 경제침체기에 있는 것처럼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불경기로 인해 지갑이 얇아진 미국 여성들이 의류 구매를 자제하거나 고급 의류 브랜드에서 저가 브랜드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웬디 리브먼 유통컨설턴트는 “경기침체기에 사람들은 새 옷을 사는 대신 옷장을 잘 활용하는 쪽을 택한다.”고 말했다.
월급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가계 지출 비용 상승률은 중산층의 생계도 위협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극빈층을 위한 무료 식료품배급소인 푸드뱅크에 근래 들어 중산층도 줄을 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클 플러드 LA푸드뱅크 대표는 “875개 지역에서 60만명에게 무료로 식료품을 나눠주고 있는 데 올들어 수급자가 10%나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스, 집세, 전기료는 고정 지출 항목이기 때문에 한정된 소득에서 식료품값을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극빈층만이 아니라 실직했거나 경제상태가 좋지 않은 중산층도 푸드뱅크에 온다.”고 설명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식료품 비용 상승률은 5%로 지난 18년간 최고인 반면 월급 상승률은 3.3%에 불과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8-04-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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