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업/한스 바이어·클라우스 베르너 지음
수정 2008-04-25 00:00
입력 2008-04-25 00:00
●부도덕한 세계 기업들 실명으로 고발
사회적 책임과 시민의식을 앞장서 떠벌리는 글로벌 기업들의 구린 이면을 들춘 책이 ‘나쁜 기업’(한스 바이어·클라우스 베르너 지음, 손주희 옮김, 프로메테우스 펴냄)이다.
독일 르포 작가인 글쓴이들이 부도덕한 세계 기업들을 실명을 들어 고발하는 수위는 기대치 이상이다. 다양한 근거자료와 통계수치를 개정판(2003년)을 내면서까지 보충한 덕분에 철저히 객관성이 담보된 기업비판서가 됐다.
서두에 등장한 셸은 콘체른(독점력을 발휘하는 거대 기업집단)의 파렴치한 기업행태를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1995년 셸은 석유시추 시설인 브렌트 스파를 북해에 수장 폐기하려 한 적이 있었다. 환경단체를 위시한 수백만 명의 시위대는 당시 그 안건이 철회될 때까지 셸 주유소 불매운동을 벌였다. 그 와중에 나이지리아의 유명 저항운동가의 살인사건에 셸이 연루됐고, 기업 이미지는 곤두박질쳤다. 셸이 6000만 유로를 나이지리아 자선활동에 밀어넣은 건 그 즈음부터였다. 기업광고 예산에 비하면 푼돈이었으나, 이미지 개선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셸의 자선활동은 일제히 전세계 미디어를 탔다. 해마다 나이지리아 남부 빈민학교와 보건시설에 6000만 유로를 기부하는 ‘도덕’기업으로 인식되기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는 거액을 투자하면서도 생산여건을 개선하는 데는 지갑을 열지 않는 콘체른들을 책은 집중 성토한다.“대부분 거대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란 선전용 개그에 불과하다.”는 원색적 비난이 전제된다.“‘친환경’‘친소비자’를 내세운 글로벌 기업들의 이미지 광고는 결국 노동력 착취, 인권탄압, 독재정권과의 협력, 환경파괴 등의 진실을 감추는 포장지”라는 주장이다.
독일에서 출간된 즉시 몇몇 기업의 불매운동이 벌어졌을 정도로 책의 고발의식은 신랄하다. 아예 세계 악덕기업의 순위를 매겼다. 저자들이 지목한 파렴치 기업 ‘톱3’는 아스피린을 만드는 세계적 제약회사 바이엘, 석유회사 엑손 모빌, 바비인형 제조사인 마텔.“바비인형은 중국인 여성근로자들에 대한 비양심적 노동착취로 이뤄낸 결과물”이라고 폭로한다.
책에 따르면, 특히 바이엘은 이윤을 위해 한 나라의 내전까지도 악용하는 부도덕 기업의 전형이다. 자매회사인 슈타르크가 이동전화의 주요 부품으로 각광받는 금속 ‘콜탄’으로 막대한 이익을 손에 넣은 이면을 낱낱이 까발렸다. 콜탄의 세계적 주산지는 콩고. 무기자금을 마련하려는 콩고 반군과의 불법 음성거래를 통해 콜탄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저자들은 광물 바이어로 위장해 취재했다. 바이엘이 위험천만한 콜탄 광산에서 어린 아이들의 노동착취를 묵인했음은 물론이다.
●바이엘·엑슨 모빌·마텔 세계파렴치기업 톱3
인간을 ‘원료’로 취급하는 기업 현장은 세계 곳곳에 널려 있었다. 거의 예외없는 서구 제약회사들이 최대한 빨리 신약의 효력을 확인하기 위해 미개발 국가들의 환자를 실험대상으로 삼는다는 고발은 섬뜩하다. 세금과 규제가 엄하지 않은 나라를 찾아 의사들에게 거액을 주고 환자를 ‘실험용 모르모트’로 동원하는 게 상례화됐다는 것. 저자들은 제약회사 관계자로 위장해 이메일로 병원장의 반응을 떠보는 위험한 작업을 감행했다.
삼성도 이들의 감시망을 피해 가진 못했다. 멕시코 하청업체에서 임신부를 채용하지 않기 위해 불법 임신테스트를 했다는 사실 등을 공개했다.
책은 지구촌 경제를 움직이는 50여개 거대기업들을 고발대상으로 삼았다. 신자유주의의 달콤한 우산 너머로 진실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갖자고 촉구한다. 부도덕 거대기업에 항의서한을 보낼 수 있는 주소와 담당자까지 특별부록으로 실었다.1만 68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8-04-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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