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시장 개방된다는데] (하) 소비자·상인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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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걸 기자
수정 2008-04-24 00:00
입력 2008-04-24 00:00

식탁에 값싼 쇠고기 기대… “저등급 학교급식 점령 불보듯”

대학강사 강영화(34·서울 송파구 잠실동)씨는 2년 전 미국 유학 시절 우리 돈 1만원(10달러)으로 남편과 쇠고기 바비큐 만찬을 즐겼다. 그러나 한국에 들어온 뒤부터는 쇠고기 파티는 꿈도 못 꾼다. 강씨는 “호주산은 고소한 맛이 덜한 데다 한우는 600g에 3만원을 훌쩍 넘어 지갑을 열기 쉽지 않다.”면서 “안전성 문제가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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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면 내달부터 LA갈비 등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3일 롯데마트 서울역지점에 한 소비자가 한우 및 호주·뉴질랜드 수입쇠고기 코너에서 고기를 고르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빠르면 내달부터 LA갈비 등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3일 롯데마트 서울역지점에 한 소비자가 한우 및 호주·뉴질랜드 수입쇠고기 코너에서 고기를 고르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거의 5년 만에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밥상에 오른다. 한우와 호주산 등으로 국한됐던 소비자들의 쇠고기 선택권이 한층 넓어진 것이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미국산 쇠고기들이 학교나 회사, 군대 단체급식 등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없는 밥상을 점령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우 1등급인 초이스급 100g당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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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재개에 따라 저렴한 가격에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혜택임은 분명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전망한 미국산 쇠고기 평균 도매원가는 올해 ㎏당 1만 42원선.38% 정도의 관세가 감축될 것으로 보이는 2018년에는 8306원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마트에서는 미국산 척롤(윗등심)을 100g당 1350원에 판매했다. 한우 1등급에 해당하는 초이스급 역시 100g당 3000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우의 절반 가격이면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우 가격 하락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600㎏ 수소와 암소 산지 가격은 각각 431만원,491만원이었다. 그러나 협상 타결 이후인 지난 22일에는 각각 12.4%,7.7%씩 떨어진 377만원,453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업소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서울 왕십리에서 고기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제현(가명)씨는 “한우와 미국산 쇠고기는 전문가들조차 맛을 구분하기 쉽지 않아 일부 한우 전문점에서는 가격과 물량을 맞추기 위해 미국산과 한우를 섞어 팔기도 한다.”면서 “정식 수입이 되고 정부의 원산지 단속이 강화되면 고품질의 한우와 저렴한 가격의 미국산을 함께 취급하면서 매상도 상당히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30개월 이상이 저등급일 가능성 커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미국산은 월령 표시를 하지 않는다. 프라임, 초이스 등 8개 등급으로만 구분된다. 그러나 낮은 등급일수록 월령이 높아지는 만큼 광우병이 주로 발병하는 30개월 이상은 저렴한 저등급 쇠고기일 여지가 크다.

이러한 저등급 제품은 군과 각종 구내식당 납품, 저소득층 소비 시장을 잠식할 전망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은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미국산으로 한정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 식단에도 낮은 등급의 미국산 쇠고기가 대거 진출할 것이라는 점. 지난해 홍문표 한나라당 의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작년 1∼7월 외부 업체를 통해 위탁급식을 하는 학교의 88.2%가 수입 쇠고기를 썼다. 직영급식을 하는 학교는 12.5%만 수입산을,72.5%는 국내산을 썼다.



서울시의 경우 2006년 9월 기준 위탁급식 비율은 ▲초등학교 1.1% ▲중학교 86.8% ▲고교 86.0%에 이른다. 학교의 식단은 원칙적으로 해당 학교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그러나 직영이 아닌 위탁급식을 하는 학교는 위원회가 제대로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위탁업체 임의대로 수입산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08-04-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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