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수사 발표] 자금조달방안 96년 수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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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 기자
수정 2008-04-18 00:00
입력 2008-04-18 00:00

에버랜드 CB사건 재구성

삼성 특검팀의 수사결과 발표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은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 감독,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연출의 잘 짜여진 ‘경영권 승계극’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조사내용을 토대로 사건의 전모를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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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CB발행의 발단은 1996년 10월11일 만들어진 ‘자금조달방안’이라는 문서였다. 문서에서는 재무상황에 대한 구체적 자료의 검토 없이 CB 발행의 장점만 강조됐다. 전달 발행한 ‘10월 월간자금계획서’에도 없는 내용이었다. 이 자금조달방안은 바로 구조본의 지시로 만들어졌다. 당시는 정부가 CB 등을 이용한 변칙증여를 규제하기 위해 옛 상속세법의 개정을 추진, 입법이 가시화되는 시기였다. 이에 따라 삼성은 그 전에 경영지배권의 이전을 급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에버랜드 CB 발행을 감행했다.

이후 과정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박노빈 에버랜드 대표이사는 곧 ‘이건희 회장 배정분과 추후 발생하는 실권분을 이재용 명의로 모두 인수하는 계획’이라는 기획안을 만들어 고(故) 박재중 전무, 김인주 사장과 협의했다. 이후 유석렬 당시 재무팀장이 이 회장에게 직접 보고한 뒤 승인을 받았다.

구조본이 개입한 이상 정족수가 미달된 이사회의 의결도 문제되지 않았다.CB가 발행된 뒤 법인주주들이 실권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를 비롯한 이 회장의 자녀들이 제3자 배정을 받은 것 역시 구조본의 계획대로였다.

이 회장은 에버랜드 이사로서 보유하고 있던 13.16%의 지분을 포기하고,CB발행 청약일인 12월3일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등 세 딸에게 48억원을 증여했다. 이 회장의 자금 증여와 세 딸의 CB인수대금 납입이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이뤄진 점, 이 전무가 법인주주들이 실권 의사를 밝히기도 전인 11월 에스원 주식의 매각 금액 중 48억원을 인출해 미리 CB인수자금을 마련해놓은 점도 모두 구조본의 ‘작품’이었다.



이 전무는 이 과정을 통해 에버랜드 지분 25.1%를 확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으며 순환출자구조를 통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획득하게 됐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8-04-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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