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코리아”
김정은 기자
수정 2008-04-15 00:00
입력 2008-04-15 00:00
김씨는 2001년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밀항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경기 광주시의 한 메추리 농장에서 매월 70만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2003년부터 일했지만 대가는 참담했다. 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 눈코 뜰 새 없이 일했지만 5년간 받은 돈은 고작 100만원.
김씨를 더욱 힘들게 한 건 농장 주인의 폭행이었다.“불법 체류자라는 처지여서 마땅히 갈 곳도 없었습니다. 추방될까 두려워 경찰에 신고도 못 했습니다. 주인은 이웃 사람들 앞에서 잘해 주는 척했습니다. 그러나 뒤에 가서는 벌레 취급했습니다.”
이런 김씨의 주장에 농장 주인 A씨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손사래를 쳤다.A씨는 “월급도 넉넉히 주고, 동생처럼 챙겼다.”면서 “지난 1월 딱 한 번 때린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가리봉동의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에 누워 있는 김씨는 누가 봐도 한 번 폭행당한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핼쑥한 얼굴에는 영양실조를 앓는 그의 몸상태가 그대로 묻어 났고, 빈혈 탓에 손톱이 다 빠져 나갔다.
중국동포 정근학(34)씨의 사정도 처참했다. 정씨는 3개월째 수원 아주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지난 1월 용인시에 있는 한 설비업체 숙소에서 한국인 직장 동료가 던진 소주병에 머리를 맞은 뒤 깨어 나지 못하고 있다.
정씨의 어머니는 “아들과 결혼을 앞둔 약혼녀가 아들의 건강상태를 물어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며 울먹였다. 담당의사는 “패혈증이 심해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흉기를 사용한 의도적인 폭행에 아들이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은 이 사건을 단순히 ‘상해’로 처리했다. 어머니는 앞으로 ‘부실 수사’의 문제점을 계속 제기할 계획이다.“회사도 폭행을 은폐하려고만 합니다. 사람 목숨이 파리만도 못한 건가요.”
중국인 노동자들의 한 맺힌 울음은 끊이지 않는다. 김은남씨를 비롯한 4명의 중국동포와 가족들은 14일 가리봉동 ‘중국 동포의 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람 대접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을 털어놨다.
“이들을 보면 우리나라에 과연 ‘인권’이란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체류하고 있는 중국동포가 3만명이 넘지만 그들은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중국 동포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 조호진(48) 소장의 하소연이다.
글 이경원 김정은기자 leekw@seoul.co.kr
2008-04-1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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