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소중한 것이 어디 숭례문뿐이랴/스튜어트 솔로몬 메트라이프 사장
수정 2008-04-07 00:00
입력 2008-04-07 00:00
소중한 숭례문이 불타고 나서 충격과 슬픔에 빠진 국민들은 스스로 뼈저리게 잘못을 돌아봤다. 필자처럼 외국인이면서도 비탄을 금치 못한 사람도 적지 않다. 숭례문이 불타는 끔찍한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보던 때로부터 한 달여가 흘렀다. 이제 슬픔 너머로 숭례문을 더 객관적으로 볼 때인 것 같다.
사실 인류는 자연의 보물이든 인공의 유물이든 소중한 것을 보존하는 솜씨가 서툴기 짝이 없다. 자연의 힘 아래 놓인 보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파이고 깎인다. 그냥 두면 바람과 산불과 홍수 등이 내버려 두지 않는다.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이런 보물을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를 실천할 의지나 재원이 없는 국가나 기구가 태반인 게 엄연한 현실이다. 게다가 인류 스스로 소중한 보물인 환경을 계속 파괴하고 있다. 인류가 일으킨 공해가 환경과 유물을 파괴하는 속도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숭례문이 불탄 사실은 슬프고 안타깝지만 한 사람이라도 파괴하기로 마음먹으면 이를 막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단체나 집단이 파괴에 나서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숭례문이 불탄 것은 엎질러진 물이지만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
지난 설 연휴 동안 용산에 있는 국립박물관을 찾았다. 그곳에 전시된 수많은 유물들을 보면서 찬탄을 금할 수 없었다. 유물 하나하나가 ‘국보 1호’는 아니지만 그 많은 유물들을 다 합치면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숭례문보다 결코 못하지 않다. 국립박물관만큼 크지는 않더라도 소중한 유물을 간직한 박물관들이 전국 곳곳에 있다.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장인과 문화예술인들은 또 어떤가? 이들이 가진 비범한 지식과 기술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우리는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얼마만큼 신경을 쓰고 있는가?
숭례문은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복원돼 서울 한가운데에서 그 위용을 다시 자랑할 것이다. 한국인은 물론 필자를 포함해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의 마음 속에서도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다시 자리할 것이다. 우리는 숭례문을 다시 볼 것이고, 다시 세워진 숭례문을 통해 한국과 한국인의 위대함을 기억할 것이다. 숭례문을 복원하기 위한 여러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손 놓고 숭례문만을 오매불망 기다릴 것은 아니다. 전국 곳곳에 숨어있는 수많은 다른 유물과 문화재에도 눈을 돌려 이들에게도 마땅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 주는 게 옳지 않을까?
스튜어트 솔로몬 메트라이프 사장
2008-04-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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