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근대의 풍경/문정진 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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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영 기자
수정 2008-03-28 00:00
입력 2008-03-28 00:00

19세기말 중국사회는? 서구문물 수용 파장은?

최근 국내 역사학계에서 미시사적 독해법이 유독 많이 활용되는 영역은 근·현대 탄생 과정에 관한 연구다. 사상이나 제도 등 한정된 영역을 중심으로 근대의 이론적 도래를 탐구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람들의 실제 행적을 통해 삶속으로 들어온 근대를 짚어내는 데 미시사는 유용한 도구다. 거시담론이라는 망원경으로는 보이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궤적은 미시사라는 현미경을 활용할 때라야 가시권에 들어온다.

‘중국 근대의 풍경’(문정진 등 지음, 그린비 펴냄)은 미시사적 방법론을 빌려 근대 중국의 사회상을 분석한 책이다. 중국문학과 문화사를 전공한 8명의 학자들이 함께 썼다. 미시사가 신문 등 당대를 묘사한 매체를 주 연구재료로 삼듯,‘중국 근대의 풍경’도 중국 근대 최초의 그림신문인 ‘점석재화보’를 주 텍스트로 삼는다.1884년부터 1898년까지 총 528호가 발행된 ‘점석재화보’는 당시 근대라는 이름으로 밀려든 서구 문물이 중국인의 일상을 어떻게 파고 들었는지, 근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중국인은 어떤 반응들을 보였는지 생생하게 보여 준다.



‘점석재화보’가 다룬 주요 주제는 개화와 계몽이다. 당대 중국인의 일상적인 삶에 전근대와 근대가 공존했듯, 그들의 일상을 담은 ‘점석재화보’의 시선과 가치판단도 전근대와 근대 사이에서 이중적인 태도를 취했다. 계몽의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여성들을 가부장적 질서 속에 배치해 그렸고, 서구 열강이 자신들의 변발을 풍자하는 데 반발하면서도 타이완이나 말레이시아인들에겐 변발을 강요하는 그림을 실었다. 개방 이후 중국인들은 서구의 시선 아래 타자화됐지만, 동시에 주변 약소국을 타자화시키는 중화제국의 일원으로 자신들을 인식했다. 화보 곳곳에 등장하는 인력거 그림 또한 근대 자본주의의 팽창을 등에 업고 아시아로 뻗어오는 유럽 근대의 속도를 상징하는 한편, 도보라는 전통적 생활양식에서 탈피해 서구 근대로 나아가려는 중국인의 갈망을 보여 준다. 그린비 출판사가 ‘일본 근대의 풍경’에 이어 펴낸 ‘동아시아 근대 풍경 시리즈’ 두 번째 책.3만 5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2008-03-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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