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투수 혹사는 인권침해”
이재훈 기자
수정 2008-03-27 00:00
입력 2008-03-27 00:00
대통령배 5경기에 470개… 청룡기 결승전 222개 ‘눈물의 역투’
#2 미 프로야구 LA에인절스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정영일(20·진흥고)은 고교 3학년 때인 2006년 한해 동안 1920개의 공을 던졌다. 그해 5월 청룡기대회 결승전에서 15이닝 동안 무려 222개의 공을 던지는 등 9일 동안 투구수가 모두 741개였다. 정영일은 지난해 팔꿈치 통증에 시달렸다.
●“대책 없는 성적 지상주의”
야구대회 때마다 논란이 일고 있는 ‘고등학교 투수 혹사’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인권위는 26일 대한야구협회장에게 고교 야구대회에서 투수들이 과다한 투구와 연투로 신체가 혹사당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진보신당 노회찬 공동대표가 2006년 6월 제기한 진정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고교 야구 체육특기자의 대학 입학 특전 ▲비정규직 신분 감독의 경우 단기간 성적에 따라 고용이 좌우되는 점 ▲대회 기간이 짧아 충분한 휴식 없이 진행되는 점 등을 볼 때 고교 야구에서 우수 투수에게 무리하게 투구를 시키는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성적 지상주의’로 인해 어린 선수들이 헌법 제12조의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인권위 침해구제총괄팀 관계자는 “대한야구협회는 혹사 방지를 위한 연구 조사나 후유증에 대한 의학적 조사, 선수 생명 단축에 대한 사례 분석 등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 “개인차이 무시한 제한”
하지만 대한야구협회쪽은 투구수는 개인적으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혹사인지 아닌지 일괄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한야구협회 김용균 운영팀장은 “2005년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의 스지우치 다카노부(21)가 이틀새 259개의 공을 던지고도 현재 일본프로야구에서 멀쩡하게 활동하고 있다.”면서 “요즘은 고교 졸업 뒤 바로 프로로 가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던지려는 선수도 없다. 해외 어디에도 일괄적인 제한 자격을 두는 곳은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8-03-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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