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찾기 나홀로 소송… 잃어버린 2년
김희종(51·서울 광진구 능동)씨는 2년째 H통신사와 법정싸움을 하고 있다.
회사 측이 2006년 4월27일 그의 집 옥상에 지름 18㎝ 크기의 ‘분기기’를 멋대로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분기기는 케이블선을 여러 가닥으로 나눠 가입자들의 가정으로 배분하는 장치다.
김씨는 1990년쯤 옥상에 창고를 짓고, 도둑을 막기 위해 옥상으로 통하는 공간을 자신만 겨우 드나들 수 있도록 막아놨다. 그런데 H통신은 김씨도 모르게 이 좁은 공간에 분기기를 설치했다. 김씨는 “옥상 창고로 쌀 자루를 옮기다가 자루가 찢어지는 등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6년 5월 광진경찰서에 회사 측의 무단침입을 신고하고 기기 철거를 요구했다. 하지만 기기는 철거되지 않았고, 기가를 설치한 장본인인 통신사의 도급회사 직원에게만 벌금 30만원이 나왔다.
김씨는 “2002년 심방충격결손과 폐동맥 고혈압으로 개심수술을 하고 요양중이었는데 18㎝밖에 안 되는 기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면서 “철거 요청에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는 대기업에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6년 12월 통신사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 보상을 해달라며 민사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H통신사 측은 “김씨가 정신적 피해를 증명하지 못했으며, 도급회사가 저지른 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씨 집에 설치된 분기기에는 H통신사 이름이 크게 적혀져 있다.
이달 말 항소심 공판을 기다리고 있는 김씨는 “내 집에서 분기기를 제거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생긴다.”면서 “하지만 지난 2년의 세월이 아까워서라도 권리 찾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