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 정원 활용 집안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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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기자
수정 2008-03-18 00:00
입력 2008-03-18 00:00
“법대 폐지로 생겨난 정원(TO)을 어찌할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립 예비 인가를 받은 25개 대학들이 폐지되는 법대 정원 활용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현행 로스쿨 특별법은 폐지되는 법대 인원에서 로스쿨 배정인원의 75%를 뺀 수만큼을 학부에서 보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 내부에서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아 ‘대학본부’와 ‘단과대’의 갈등 양상까지 빚어진다.

단과대 증원 요구 수면위 부상

서울대 대학본부는 자유전공학부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단과대에서는 정원 배정을 요구하고 있다. 자유전공학부는 1,2학년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들은 뒤 3학년 때 전공을 정해 이수하고 졸업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아이비리그식’ 전공결정 방법과 유사하다.

그러나 단과대들은 정원 추가 배정을 요구한다. 서울대 관계자는 “폐지되는 법대 인원의 정원에 대해 경영대와 인문대에서 꽤 많은 인원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자유학부 추진에 앞서 내부 의견 조율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세대에서는 단과대 측의 ‘비공식적인 증원 요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관계자는 “자유전공학부의 얘기가 오가고 있지만 학교본부 방침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비공식적으로 증원을 요구하는 단과대가 많아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단과대에서 인원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전해온다.”면서 “최근 새로 생긴 생명과학부 쪽으로 남는 정원이 많이 갈 거란 얘기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귀띔했다.

고려대도 ‘통합전공 새 단과대학 신설’을 일찌감치 발표했지만 내홍이 없지 않다. 학교 측에서는 ‘자유전공학부’와 같은 아이비리그 식의 새로운 교육 방향을 추진하고 있지만 단과대학들은 증원 요청을 하고 있다.

“정원 늘리면 교육 質 악화”

대학들이 추진하는 ‘자유전공학부 신설’과 ‘획일적인 정원 분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성급한 대안은 오히려 대학 교육의 질을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다.

장유성 서강대학교 교육문화학과 교수는 “일부 대학에서 미국의 아이비리그식 ‘자유전공학부’를 연구 없이 모방해 대학에 적용시키려는 움직임은 한국 교육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면서 “일단 ‘통합’보다는 ‘전문화’를 추구하는 한국 대학의 교수들이 과연 이런 제도를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무작정 정원을 단과대별로 배분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교수 1인당 학생비율을 생각한다면 학생 수를 늘리는 것은 교육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전략적으로 단과대를 키우기 보다는 생겨난 정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진지한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8-03-1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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