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 첫 시련-무역적자] (상) 10년만에 ‘빨간불’
안미현 기자
수정 2008-03-04 00:00
입력 2008-03-04 00:00
고유가+수출감소 ‘이중고’
그러나 안도도 잠시. 미국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사실을 발견하고는 낯빛이 다시 변했다. 월말 통계가 아니어서 낙담하기는 이르지만, 그토록 우려했던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국내 수출 둔화’ 예고탄인가 싶어 오 국장은 못내 초조했다.
정부는 곧 민·관 경제연구소장들과 무역수지 점검 및 대책회의를 연다. 무역적자가 추세적 흐름인지 진단하고 정책 조언을 듣기 위해서다.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도 무역적자의 심각성을 인지, 당선인 시절에 이미 대책 강구를 지시했었다. 이렇듯 대통령과 주무부처인 지경부가 무역수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10년 흑자행진 마감’ 조짐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경부가 3일 발표한 ‘2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2% 늘어난 315억 3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은 같은 기간 27.3% 늘어난 323억 4300만달러였다. 결국 8억 800만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20일까지의 적자 규모가 38억 7115억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막판 ‘깜짝 선전’이다.
올 들어 누적 적자액은 45억달러.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흑자 방어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무역수지는 1998년 흑자(390억달러)로 반전한 이래 지난해까지 10년 흑자행진을 이어왔다.2001년(93억달러) 한 해를 제외하고는 내리 세 자릿수 흑자였다. 정부는 당초 올해도 세 자릿수 흑자(130억달러)를 전망했다.
이윤호 신임 지경부 장관은 “아직 흑자기조 전망을 수정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당초 목표치보다는 흑자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최악의 경우 적자 반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웬만해서는 비관론을 펴지 않는 정부가 무역적자 상황을 염두에 두는 까닭은 세계경기의 둔화 가능성 때문이다.130억달러 흑자 전망의 전제조건은 ‘두바이유 평균 도입단가 배럴당 71달러, 세계경제 성장률 5.1%’였다. 하지만 올해 두바이유 도입단가는 1월(89.7달러),2월(91.4달러) 연속 전제조건을 크게 웃돌았다. 세계경기 침체 경고도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달의 경우 20일까지 미국(23.0→-19.7%)과 유럽연합(14.9→-3.4%)으로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감소했다. 월간 대미 수출이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99년 1월을 마지막으로 한 차례도 없었다. 중국 수출 증가세도 반토막(12.8→6.1%) 났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석달간의 무역적자 주된 요인은 수출이 (좋지 않아서가)아니라 고유가, 고원자재가에 따른 수입 폭증에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장 경계하고 걱정해야 할 대목은 수출이 꺾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르면 다음달부터 소폭의 무역흑자 반전을 조심스럽게 점치면서도 경계감을 풀지 않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08-03-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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